철도원등 3편 개봉박두…박하사탕·성원 인기 도전굳이 설날까지 기다렸다 보따리를 풀 필요가 없다. 겨울방학 특수까지 노려 먼저 개봉하고는, 반응이 좋으면 설날까지 밀고 간다. 올해 설 극장가의 새로운 풍속도이다.
3일 개봉작은 세 편밖에 안된다. 한국영화 「반칙왕」은 송강호의 코믹연기로, 할리우드영화 「비치」는 신세대 우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일본영화 「철도원」은 일본에서 450만명을 동원한 감동을 무기로 내세웠다. 작품 수준으로 보면 「비치」가 가장 떨어지지만, 20대가 열광하는 영국 대니 보일 감독에 디카프리오라는 포장이 그럴듯하다. 「철도원」은 설 연휴 한 번 만이라도 극장에 가보자는 중년층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장기 상영작이 유난히 많은 것도 드문 풍경. 특히 「박하사탕」(감독 이창동)의 위력이 놀랍다. 개봉(1월 1일) 일주일 만에 「거짓말」이 나와 극장을 다 뺏기면서 휘청하기도 했지만, 그 고비를 딛고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22만명(전국 34만명). 칸영화제는 올해 「감독주간」에 이 영화를 1호 초청 작품으로 결정했다. 역시 「좋은 영화는 관객들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실. 홍콩멜로영화 「성원」(1월 15일 개봉)의 기세도 만만찮다. 3주 동안 서울 20만명(전국 35만명)을 기록했다. 남성 관객들 사이에는 『유치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신인 여배우 장백지의 청초한 모습, 통속적이지만 계산된 장치와 구성으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남녀 주인공의 애절함이 여성 관객들을 울리고 있다.
설 대목을 가장 기대하는 작품은「춘향뎐」(1월 29일 개봉). 비록 일주일의 성적이 서울 3만명으로 기대보다는 적었지만, 본격 흥행은 설 연휴부터라는 예상. 「우리 명절에는 우리 가락과 영상」이란 분위기를 기다리고 있다. 변수는 「철도원」이 그렇듯 중년층의 움직임과 반응. 정일성 촬영감독의 아름다운 영상, 임권택 감독의 질펀한 우리 정서, 명창 조상현의 크고 구성진 소리가 어우러진 우리 고전 한마당이 결코 실망스럽지 않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작품성으로 승부를 건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상(페드로 알모도바르)에 이어 올해 골든글러브 외국어영화상까지 받았다. 우리와는 색깔이 다르지만 「모성의 힘」이란 대중적 주제가 마니아들만의 영화로 머물지 않게 한다.
「콤비」로 알려진 감독과 배우가 손을 잡고 만든 영화들의 장점은 개성과 장르를 최대한 활용했다는 것. 그래서 비교적 작품의 편차가 적다. 「슬리피 할로우」는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를 자랑하는 「가위손」의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이 공포와 환상을 펼치고, 「바이센테니얼 맨」은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우리 시대의 「피에로」 로빈 윌리엄스가 미래시대에 인간이 되고픈 로봇을 통해 휴머니즘을 선사한다. 거대한 스케일의 시원하고 박진감 넘치는 오락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다이하드」의 존 맥티어넌 감독과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북구 산악에서 인육을 먹는 원시인과 대결을 펼치는 「13번째 전사」가 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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