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공천개혁 단행」을 언명했다. 이총재는 『공천의 모든 것을 총재가 좌지우지하던 구태를 타파하고, 계파와 사적인 연고를 철저히 배제하는 엄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하겠다』고 강조했다.이총재는 그러면서 『공천심사위에 객관적인 공천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부연했다. 듣기에 따라선 『내 칼에 피 안 묻히겠다』는 책임 떠넘기기식 뉘앙스가 없지 않지만, 무게중심은 「가차없는 공천」에 있다.
이총재측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한 핵심당직자는 『느슨한 공천을 했다간 선거에서 낭패본다. 영남권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한다.
한 당직자는 대구지역을 예로 들면서 『현역의원중 상당수는 조직도 없고 지역여론도 좋지 않다. 이들은 무소속으로 나가도 선거에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단언할 정도다. 『K, A, L, P의원 등을 제외하면 모두 교체해도 별탈 없을 것』이란 첨언도 있다.
부산지역에 대해서도 경쟁력 없는 의원들을 추가로 갈아치울 수 있음을 수시로 시사하고 있다. 『특정계파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특정계파라고 해서 무리한 공천을 주는 것도 말이 안된다.
정밀한 여론조사 등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서 공천을 할 것』이란 관계자의 이야기는 벌써부터 반발조짐을 보이고 있는 YS계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총재측은 최근 일부 언론에 「YS계 공천배제」 보도가 나간 뒤에도 『공천에 자신이 없는 일부 민주계 의원들이 「YS계라서 보복당한다」는 식으로 선제공격을 하고 있지만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오금을 박고 있다.
갑·을지역 통합대상 의원뿐 아니라 C, K의원 등도 교체대상이라는 소문이 설득력있게 나도는 배경이다.
문제는 의지의 실현여부인데, 당내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이총재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영남지역은 엄밀히 말해 그 정서가 「친창」보다는 「반DJ」인데다, 계파보스는 물론 현역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하게 얽혀있어 쾌도난마식 해결은 원천적으로 힘들다는 얘기들이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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