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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대회 '빗나간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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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대회 '빗나간 열풍'

입력
200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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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된 경시대회 열풍이 초·중·고생들에게 또다른 짐이 되고 있다. 방학인데도 「경시대회 준비반」을 둔 서울 강남지역 보습학원은 학생들로 만원이다.■실태

서울 강남의 A초등학교 2학년 이모(9)군은 방학을 맞아 컴퓨터와 피아노학원 외에 집 근처 보습학원에서 하루 세시간씩 수학책과 씨름하고 있다. 학교과정에서는 구구단으로 충분할 김군이지만 학원에선 방정식 공부까지 해야 한다. 다음달로 예정된 모방송사 주최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모방송사가 주최한 수학경시대회에는 1,2학년생 1,000여명을 포함해 1만2,000여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해 열풍을 반증했다. 『입상만 하면 대학 진학에 유리한 경력이 되니까 어떤 경시대회든 기회만 되면 보게 해야죠』한 초등학생 학부모의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 강남교육청에 등록된 보습학원 580여개 중 대부분은 초·중·고생을 위한 「경시대회반」을 따로 두고 있다. 경시대회 일정이 발표되면 학원에선 대비반을 따로 만들고 기출(旣出)문제와 일본 대학입시 문제 등을 참조해 만든 예상문제집을 반복풀이한다.

경시대회도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있다. 수학의 경우 교육청, 관련학회, 대학 주최로 이루어지는 경시대회가 15개에 달하는 데다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주최하는 각종 경시대회는 일일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과학의 경우 5~6개, 영어는 2~3개의 공식 경시대회가 있고 논술이나 컴퓨터 경시대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문제점

경시대회의 원래 목적은 한 분야의 특출한 영재를 발굴해 내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경시대회가 상대평가로 응시자 중 일정 비율을 입상시키거나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영재발굴이 아니라 대학입시의 한 수단이 된 것이다. 주최 기관의 난립으로 입상경력의 입시 반영 여부가 불투명한 데도 학원과외를 해서라도 「될 때까지 한다」는 식의 과열풍토도 자리했다.

또 초등학생들의 학원과외는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대부분의 보습학원이 경시대회 준비반 등을 두고 초등학생들을 수강시키고 있다. 강남 교육청 관계자는 『수백개의 보습학원을 일일이 단속하기가 힘들고 초등학생이 아니라고 둘러대면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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