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유럽의 관광대국 오스트리아에 극우 연립정권이 탄생한다.친 나치성향의 극우 자유당과 보수성향의 인민당은 1일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외교단절 경고에도 불구하고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외르크 하이더 자유당 당수와 볼프강 쉬셀 인민당 당수는 이날 빈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오스트리아 개혁 프로그램에 합의했다』며 『연정을 막으려는 해외의 시도는 전적으로 부적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2일 중 토마스 클레스틸 대통령에게 양당의 연정실시 방안을 제출한다.
이에 따라 새 연립정부의 오스트리아는 미국은 물론 EU와의 외교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BBC 방송은 자유당과 인민당의 연정 합의에 관해 『오스트리아는 고립을 택했다』고 평가했으며 유럽의 주요 정치세력도 설마하던 극우 연립정권이 현실로 나타나자 놀라움과 함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클레스틸 대통령이 연정 구성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총선 이후 계속된 권력공백을 메울 뾰족한 대안이 없고 외국 압력에 반발하는 국내 여론도 강해 그가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클레스틸 대통령이 이번 연정구성을 승인하면 EU가 즉각 대 오스트리아 제재에 나설 전망이다. EU는 지난달 31일 낸 성명을 통해 자유당이 포함된 연립정권이 출범할 경우 오스트리아와 외교적 접촉을 단절하고 오스트리아의 각종 국제기구 진출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백악관도 『우리는 자유당의 오스트리아 연정 참여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며 『EU가 밝힌 것과 유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EU가 본격 제재에 나설 경우 780만 인구에 무역 및 관광 의존도가 높은 오스트리아로서는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외국인 이민과 EU의 동구권 확대를 반대하는 자유당의 연정참여는 유럽대륙에 극우파 확대 움직임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이더는 개인적으로 과거 히틀러와 나치 정책에 동조하는 언행으로 여러차례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이더는 누구… 친나치발언 물의 반이민정책등 인기
외르크 하이더 오스트리아 자유당 당수는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미국, 이스라엘의 공적이 됐지만 국내에서는 상당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이민자들이 재능이 아닌 정치적 고려 덕택에 일자리를 차지한다는 반감 때문에 그의 반이민 정책 등 극우 성향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하이더가 이끄는 자유당의 지지율은 33%로 정당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스트리아 북부 바드고이세른 출신으로 빈에서 법학을 전공한 하이더는 케른텐 주지사를 역임했으며 1986년 자유당 당수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당 지지도는 5% 안팎에 불과했다.
나치 당원의 아들로 알려진 그는 이후 친나치 성향의 발언을 하면서 일찌감치 유럽사회의 요주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1990년 나치 친위대(SS)에 대해 『그들은 기껏해야 희생자들이었다』고 평가하고 1991년 케른텐 주의회에서는 『독일 제3제국이 정돈된 고용 정책을 유지했다』고 주장, 주지사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이더는 이후에도 나치의 강제수용소를 「처벌 수용소』라고 표현하는 등 계속해서 물의를 일으켰으나 최근에는 『표현의 미숙』이었다며 해명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병찬기자
b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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