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의 무대가 바로 뉴 햄프셔주에 있다. 인구가 120만명이고 크기나 산업등 어느 모로 보나 미국 50개주 중 처지는 곳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고향 브레턴우즈 일대는 단풍이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워 관광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그보다도 우리에게 유명한 것은 이 곳이 미 대선에서 첫 예선지라는 점이다. 「뉴햄프셔가 가는대로 미국이 간다(Where New Hampshire goes, America goes)」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정치적 긍지이다.■뉴햄프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대승을 거두었다. 지난해 내내 여론조사에서 일방적으로 선두를 유지해온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49%와 31%의 득표율 차는 예사로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뉴햄프셔 예선승자가 모두 후보지명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일어난 파란이 대선판도를 바꾸어 왔다. 선거란 이렇게 변화무쌍하다.
■매케인은 아이오와 코커스를 무시한 채 눈덮인 산야를 누비는 타운미팅을 통해 유권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뉴햄프셔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 전략이 적중했다. 올해 64세의 매케인은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해군 조종사출신으로 월맹 공습중 격추되어 포로생활을 했다. 그가 예선을 앞두고 내놓은 광고메시지는 「준비된 리더」이다. 세계를 지도할 미국대통령은 세계를 잘 알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에게는 50명의 전업 참모가 붙어있다. 외교진용을 보면 헨리 키신저박사등 골수파 공화당 외교전문가들이 있다. 생각하면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 매케인은 젊었을 때 경력에서 너무나 라이벌의 아버지를 닮았다. 2차대전때 해군조종사로 격추되었던 부시전대통령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92년 선거에서 이름도 없던 시골 주지사 클린턴에게 깨지는 수모를 당했다. 어쨌든 텍사스와 애리조나에서 나온 두 터프가이의 대결이 멀리서도 볼만해졌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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