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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강제' 방문판매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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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강제' 방문판매 기승

입력
200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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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주부 최모(34)씨는 지난달 말 50만원 상당의 유아용 도서를 억지로 구입하게 됐다. 대낮에 남녀 2명이 현관 벨을 누르며 『교육방송에서 취학전 아동의 설문조사를 나왔다』고 해 무심코 문을 열었더니 거실로 무작정 들어와 자신과 아이에게 설문지를 내밀며 이것저것 물었다.30여분을 그러다가 『다른 아이보다 똑똑하니 영재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책구입을 강요하다시피 했다. 아무런 말없이 위압적인 태도로 있는 남자에게 두려움까지 느낀 최씨는 그야말로 울며겨자먹기로 책을 구입하게 됐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주부 황모(40)씨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이 이름까지 대고 『교육부에서 조사를 나왔다』며 주소와 이름 등을 적은 뒤 교육용 비디오테이프를 권하기에 거절했다. 하지만 이틀 뒤 황씨 집으로 지로용지와 함께 비디오 테이프가 배달됐다. 『포장된 테이프를 뜯었으니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황씨는 반품하려고 연락했지만 『전화로는 반품이 안된다』고만 할뿐 방법조차 일러주지 않았다. 황씨는 결국 소비자보호원에 문의해 「내용증명」을 작성, 우체국을 통해 보내고 나서야 반품할 수 있었다.

최근 대낮 주택가나 아파트촌 등지에서 주부들을 현혹해 반강제적으로 물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묻지마 방문판매」가 기승을 부려 주부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몰지각한 방문판매 직원들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하게 물건을 팔려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종종 빚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반강제적인 방문판매는 비단 유아용 교재만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보건소에서 나왔다며 건강보조식품을 강매하기도 하며, 무작정 가스레인지 후드를 청소해주고 고가의 청소용품세트를 구입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박인용(朴寅龍·42)생활문화팀장은 『주부들의 심리를 이용한 강매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을 사칭한다고 무작정 계약하지 말고 사실여부를 반드시 확인한 뒤 계약약관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품구입후 10일 이내에 「내용증명」을 작성해 우체국을 통해 발송하면 조건없이 계약을 철회 할 수 있다』며 『피해를 당했으면 즉시 소비자단체 등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서울 마포경찰서 황운하(黃雲夏)형사과장은 『거짓말을 해서 들어온 경우 엄격한 의미에서 주거침입에 해당한다』며 『이런 경우 강도로 돌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낌새가 이상하면 문을 열어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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