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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수지 방심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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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수지 방심 안된다

입력
200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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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무역적자 발생에 대해 당국자들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닌 듯이 말한다. IMF 특수상황에 있던 작년과 재작년에 흑자를 본 것 말고는 매년 1월에는 계절적 요인에 의해 적자가 생기는 게 과거의 통례라는 것이다. 또한 수출입의 구성내용과 적자 폭을 봐도 그리 나쁘지 않아 이번 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기조적인 반전은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다.끊임없이 돌아가는 국제교역에서 한달 쯤 적자가 나타났다고 해서 호들갑 떨 일은 결코 아니다. 26개월간의 연속 흑자행진이 사실 기형이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국민들이 걱정을 금치 못하는 까닭이 여러가지 있다.

먼저 당국의 편의적인 시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매년 첫달의 적자발생을 당연시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당국의 설명을 도식화할 경우 해마다 1월에는 전세계적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기이한 모순이 생긴다. 사실은 국내업체들이 정부의 목표달성을 위해 연말에 숫자 채우기에 무리한 나머지 다음달에는 수출여력이 소진되는 한국특유의 악순환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부가 아직도 이같은 구태의연한 사고와 수출드라이브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것이다.

당국의 향후 전망도 안이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보름전만 해도 당국은 1월에 적자는 없을 것으로 장담했었다. 그럼에도 끝내 적자가 발생하고 올해 흑자목표가 한달새 두차례나 하향조정됐다는 사실은 대내외 교역환경이 정부의 예상과 달리 급격히 악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다.

교역의 변수들이 극히 불안한 상황이다. 원화가치는 오르고, 유가는 고공행진이며, 실세금리는 상승세에 있는 등 신3고의 조짐이 불길하다. 그동안 3저 호황에 안주해온 수출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의 급속 약화를 버티어 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무엇보다 염려스럽다. 또한 막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수입규제 등 통상압력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특히 1월중 수입내용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대목들이 곳곳에 보인다. 사치성 소비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흑자기조가 붕괴될 경우 구조조정이고 개혁이고 일거에 무너진다. 따라서 당국은 교역 전망부터 되도록 보수적인 전제하에서 설계하고, 국내외 상황변화에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환율 금리 등 거시 변수들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수입유발적 수출구조를 개선해가는 등 근본적인 접근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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