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인전 오페라 이제 그만지루한 위인전 오페라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오페라 「녹두장군」(1월28·29일 국립극장 대극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오페라를 보는 관객은 거기서 즐거움이나 감동을 원하지, 교훈이나 설교를 들으려는 게 아니다.
오페라 「녹두장군」은 호남오페라단과 영남오페라단이 공동제작해 전국 순회 공연 중인 작품이다. 줄거리는 동학혁명의 농민군 지도자 전봉준을 중심으로 동학혁명의 전개 과정을 펼치고 있다. 수탈 당하는 농민의 고통과 봉기, 전투와 패배, 전봉준의 죽음을 시간 순으로 배열했다. 전봉준의 인간적 고뇌를 현대적 시각에서 조명했다고 설명과 달리 실제 무대에서 인간 전봉준의 내면 묘사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의 참모인 김개남, 변절자 김경천 등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도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대본(차범석)은 대립과 갈등을 적절히 배치해서 절정까지 끌고 가는 극작의 솜씨를 보이지 않고 사건을 평면적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음악(장일남)과 연출(정갑균) 역시 별다른 특징 없이 밋밋하게 흘러간다. 이런 작품이라면, 누가 노래를 하든 빛나기는 틀린 게 아닌가 싶다.
지난해부터 위인전 오페라가 유행이다. 「성웅 이순신」, 「백범 김구와 상해 임시정부」, 평생을 나환자를 위해 바친 고 김경재 신부의 이야기인 「사랑의 빛」이 지난해 공연됐고 올해 「녹두장군」에 이어 3월에는 오페라 「류관순」이 올라갈 예정이다. 유감스럽게도 「성웅 이순신」부터 「녹두장군」까지 네 편의 오페라는 한결같이 재미없고 지루했다. 주인공의 위대함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감동하라고 강요했다. 창작 오페라가 계속 올라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예술적 감동과 무관한 이런 위인전 오페라의 행진은 즐겁지 않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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