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를 배경으로 인도네시아 정국을 좌지우지했던 위란토(52) 전 군참모총장이 압두라흐만 와히드(60) 대통령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수하르토, B.J.하비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0여년간 권력과의 팽팽한 줄타기를 통해 「밤의 대통령」으로 행세했던 위란토가 「동티모르 암초」에 걸려 반인권 범죄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건의 진원은 동티모르 폭력사태에 대한 국가인권조사위원회(Komnas-HAM)의 지난달 31일 보고서. 이날 검찰에 제출된 보고서는 『위란토 등 군장성 6명을 비롯, 33명의 군 고위장교, 관리들이 동티모르 민간인에 대한 민병대의 범죄행위를 부추겼다』고 밝혀 이들의 민간인 학살 연루설을 사실상 인정했다.
3개월동안의 조사활동을 이끌어온 알베르트 하시부안 위원장은 특히 위란토의 혐의와 관련, 『폭력발생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를 진압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그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말주키 다루스만 검찰총장도 강력한 수사방침을 천명했다.
같은 날 비슷한 보고서가 유엔 인권조사단에서도 날아들었다. 『동티모르 소요사태 당시 위란토 군 참모총장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 군부와 동티모르의 독립을 반대하는 민병대가 살인, 약탈, 방화 등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며 이들을 국제법정에 기소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에 머물고 있는 와히드는 안보정치조정장관으로 재임중인 위란토의 즉각 경질을 발표했다. 「막강한 권력」의 위란토가 사법절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토를 달았지만, 군개혁을 위한 대통령 강력한 의지를 다시한번 과시한 것이다.
위란토는 이날 자카르타의 한 군부대에서 『사임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훌륭한 군인으로서 진실을 위해 싸우겠다』 며 와히드 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혔다.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는 군개혁의 소용돌이에서 위란토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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