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腦死)를 인정하고 장기(臟器) 거래를 금지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각의에서 의결돼 9일부터 합법적인 장기이식 시대가 열린다. 법 제정 1년 3개월만에 시행되는 이 법률로 무의미한 목숨의 연장을 중지할 수도 있고,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몇가지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뇌사판정은 보건복지부 지정 의료기관에 구성된 판정위원회에서 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자 전원의 찬성으로 결정하고, 장기 적출은 16세 이상인 본인의 기증의사가 있거나 가족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허용토록 규정돼 있다. 어떤 경우도 적출장기의 매매는 허용되지 않는다. 판정과 장기적출 등에 이런 제한은 마련돼 있지만, 뇌사의 법제화가 판정시비와 장기매매 양성화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장기이식이 법적인 근거가 없는 지금도 본인의사에 따라 적출된 장기가 고가에 유통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수요가 많아지면 뇌사판정이 남발돼 뇌사와는 엄연히 구분돼야 하는 상태를 뇌사로 판정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라도 비윤리적 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감독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적출된 장기를 이용하는 문제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원칙이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상업성을 차단하지 않으면 이 제도는 새로운 인신매매 제도로 전락할지 모른다.
보건복지부는 국립의료원에 장기이식정보센터를 만들어 이 기구에 뇌사인정 의료기관 지정, 적출장기 이용업무 등을 위임한다고 한다. 그러나 발족 1주일을 앞두고도 인정기관 선정의 세부 기준과 장기 이용업무 계획의 청사진이 나오지 않고 있다. 뇌사판정에 반(反)생명적 잡음이 없도록 기준을 더 보완하고,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기준도 더 세분하여 생명윤리를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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