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달 27일 방송한 「정운영의 100분토론」을 31일새벽 재방영하자 이해관계가 있는 정치권 일각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물갈이, 어디까지 되나」라는 다소 자극적인 주제가 시사하듯, 「100분토론」은 최근 총선시민연대가 추진하고 있는 공천반대운동에 포커스를 맞췄다. 여야가 시종 자신들 이해의 정도에 따라 지지나 반론을 폈고, 시민연대가 방어하는 형식의 자리였다. 참석자는 사회자 정 교수와 여야 3당 대변인, 시민연대측에서는 대변인과 사무처장, 그리고 정치학 교수 1인.■문제는 이 프로가 재방영됨으로써 일어났다. 기존의 상식으로 볼 때 토론프로의 재방영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은 왜 뜬금없이 재방영 결정이 났을까에 집중된다. 이에 대해 MBC측은 『시청률이 평소의 두 배나 넘었고 시청자들의 재방영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인기있는 프로를 재방영 서비스하는데 웬 시비냐』는 투다. 그러나 오얏나무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는 그런 오해의 소지는 없었을까.
■적어도 이 프로를 지켜 본 많은 사람들은 이른바 「음모론」이 전혀 근거가 없음을 알게 됐다. 집권당이나 대폭적 물갈이를 바라는 시민단체엔 원군임에 틀림없다. 반면 사실상의 오너인 JP와 주요당직자들이 공천부적격자로 낙인찍힌 자민련엔 큰 타격이다. 시종일관 음모론을 폈던 자민련 대변인의 주장이 설득력은 커녕, 억지처럼 들렸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것이 재방영 결정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사유일 수는 없다.
■방송사측이 아무리 독자적 판단임을 강조해도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재방영 결정의 반사이익이 여권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만약 야권에 유리했다면 과연 시청률 운운하며 재방영할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이번 소동은 권력 측이 언제나 자기사람을 방송국 책임자로 앉히려 드는 이유를 깨닫게 하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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