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정태와 삼성의 김기태는 프로야구판에서 몇 안되는 31세(1969년생)동갑내기로 각각 동래고와 광주일고를 나와 영·호남을 대표하는 타자로 평가받는다.한 번도 같은 팀에 있어 본적이 없지만 아마추어 국가대표시절 쌓은 우의가 10년이나 된다. 지난해 6월 박정태가 김기태의 26경기 연속안타기록을 깰 때도 『다음에는 기태가 내 기록을 깨주었으면 좋겠다』며 우정을 과시할 정도로 프로야구판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사이로 소문나 있다.
각각 롯데와 삼성의 주장을 맡아 카리스마적 기질로 동료와 구단의 신망을 받았던 두 교타자는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많아 죽이 잘 맞았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협의회를 놓고는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당초 선수회 출범을 위해 둘이 힘을 뭉쳤지만 김기태는 지난달 25일 『삼성선수를 책임진 주장으로 많은 선수들의 희생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탈의 변을 밝히면서 선수회 탈퇴의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반면 박정태는 롯데선수들이 속속 이탈하는 가운데서 선수회를 지키고 있다.
박정태는 『기태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유도 궁금하고 아쉬움도 컸다. 심지가 굳은 기태의 성격으로 볼때 남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애써 친구의 입장을 살펴보고자 했다.
명확한 이유를 들어보기 전에는 친구의 결정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다고 했고 그래서 일부러 전화도 걸지 않고 있다. 그는 또 『선수회에 참여하지 않은 선수가 더 마음이 괴로울 것이다. 구단 분위기때문에 선수들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흑백논리가 횡행하면서 감정이 상한 선수들 가운데는 동료를 비난하는 등 선수회파문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선수회에 참여하지 않은 한 스타는 배신자로 매도돼 크나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어떤 식으로 사태가 해결되든 올시즌 그라운드에 반목의 먹구름이 우려된다.
하지만 박정태는 선택의 길은 엇갈렸을 망정 우정까지 엇갈리기를 바라지 않는다. 어차피 선수회든 아니든 프로야구의 주인인 그들은 다시 그라운드에서 마주서야 한다. 평상심이 없으면 게임도 없고 관중도 없다.
박정태는 『마음을 열면 서로의 오해나 갈등을 풀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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