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중의원 비례대표를 20명 줄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당 단독의 중의원 특위를 통과하면서 시작된 단독 국회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고 마땅한 제동장치도 보이지 않는다.당초 야당은 중의원 특위 단계에서 여당의 발목을 잡기 위해 「국회 등원거부」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나 자민·자유·공명당 등 3당 연립여당은 야당을 설득해 국회로 끌어 낼 여유가 없었다. 개정안을 정기 국회 초반에 통과시킨다는 자유당과의 약속에 쫓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개정안이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자민당은 자유당의 「몽니」에서 비롯한 연정 붕괴 우려를 씻었다. 그러나 이같은 연립여당의 행동은 야당을 자극, 예산안 심의를 포함한 전면적인 「국회 불참」선언을 불렀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의 중의원 본회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한때 타협의 기대감도 있었다. 오부치 총리가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이 불참한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28일 오부치 총리의 「씩씩한」단독 국회 시정연설로 이런 기대마저 사라졌다.
일단 「헌정 사상 초유」의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린 연립여당은 더 이상 거리낄 게 없다는 태도이다.
주말을 쉰 후 31일 중의원 본회의 대표질문도 연립여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모리 요시로(森喜郞) 자민당 간사장과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공명당 대표가 대표질문에 나서 연설에 가까운 오부치 총리의 답변을 끌어내는 모습은 희극적이기까지 했다. 1일 참의원 본회의 대표질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회 파행도 이 정도에 이르면 벌써 국회가 해산되고 남았다. 그런데도 오부치 총리는 『필요하면 언제든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고 호언하면서도 『우선 과제는 예산안의 심의·통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회 폭주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이 조기 총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아사히(朝日) 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부치 내각지지율은 최저인 39%로 떨어졌다. 자민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두자릿수로 뛰었다. 오부치 총리가 이런 부담을 안은 채 국회 해산에 나서기는 어렵다. 「3월 예산안 통과 및 국회 해산, 4월 총선」관측이 무성한 것도 우선 추가 경기부양책 등을 담은 예산안의 통과로 여론 희석을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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