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여오현(22)은 한때 대학배구의 「슈퍼땅콩」으로 불렸다.175㎝의 작은 키로 지난해까지 대학배구 최단신 레프트 공격수로 활약했기 때문. 배구를 처음 시작하던 대전 유성초등학교 4학년 때도 키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까지 줄곧 레프트 공격수를 맡아 꺽다리 선수들과 맞서왔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탄력 덕이다.
마침내 한계가 왔다. 성인배구 무대서 175㎝의 공격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대전중앙고 시절 주위의 권유로 유도 레슬링 등 다른 종목을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배구를 고집했던 그로서는 선수생활을 연장하기 위해 이번 슈퍼리그부터 리베로로 변신했다.
워낙 기본기가 좋아 뛰어난 수비실력이 금새 표가 났다. 슈퍼리그 1차대회 대학부서 서브리시브 1위(정확율 77%) 공격리시브 4위에 올랐다. 주장으로 팀의 분위기 메이커에다 살림꾼 역할을 훌륭히 해낸 것이다.
그의 활약으로 홍익대는 4승2패를 마크, 경기대에 세트득실률서 뒤져 아깝게 3위를 차지했다.당초 꼴찌 후보중 하나로 막판 6연전의 불리한 대진을 극복하고 대학부 최대 돌풍을 일으킨 것.
홍익대 김경운(41) 감독은 『오현이는 팀의 보배다. 팀의 수비를 도맡고 있는데다 주장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고 있다』고 칭찬했다. 감독에게 꾸지람을 당한 후배를 달래주고 밤에 체육관에 데리고가 연습을 도와주기도 한다.
김감독의 열성도 홍익대의 파이팅을 이끌었다. 대한항공 센터 출신으로 1980년부터 5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는데 90년 지도자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 93년부터 4년간 알히랄 클럽팀을 사우디 국내대회 전관왕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4월 국내에서 처음 홍익대 지휘봉을 잡아 일주일에 6일씩 선수들과 합숙하며 팀을 지도하고 있다. 『약체팀의 오명을 벗고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함께 고생하자』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장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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