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지난달 31일 오스트리아가 극우 정당인 자유당을 포함시켜 연립정부를 구성할 경우 회원국 모두가 오스트리아와의 정치적 관계를 단절하는 등 각종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EU 의장국인 포르투갈은 이날 성명에서 『14개 회원국은 자유당이 연립정권에 포함된 오스트리아 정부와는 어떤 정치적 차원의 양자간 공식 접촉도 수용하거나 권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EU의 43년 역사상 회원국에 대한 가장 강경한 조치를 담은 것으로 EU가 회원국 대표간의 개별 접촉을 위주로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이 성명이 실행될 경우 유럽무대에서 오스트리아의 외교 고립은 불가피하다. 성명은 또 각종 국제기구에 오스트리아의 진출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EU의 동방 확대 및 외국인 이민 반대 정책과 친나치 성향 등으로 EU의 집중 공격을 초래한 당사자인 외르크 하이더(50) 오스트리아 자유당 당수는 『국내문제에 대한 노골적이고 고압적인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국영 ORF TV와의 회견에서 『외부 압력에 굴복한다면 오스트리아는 민주주의와는 고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당과 연정을 추진중인 인민당 당수이자 현 외무장관 대행인 볼프강 쉬셀도 『오스트리아는 민주주의에 대해 충고를 들어야 할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EU 성명은 토마스 클레스텔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4개월여의 권력공백을 끝내기 위해 곧 자유당과 인민당에 연립정권 구성을 권유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보도가 나온지 하루만에 발표된 것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민자들이 재능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의해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반감 등으로 하이더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선이 실시될 경우 자유당은 현재의 제2당에서 제1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유당은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총 108석 중 52석을 차지, 제2당으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으며 65석을 획득한 제1당 사민당은 제3당인 인민당과 연정 수립에 실패, 권력공백기가 뒤따랐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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