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달러가 美호황 채찍질미국이 사상 최장기 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한 달러」에서 나왔다.
1995년 재무부 장관에 임명된 로버트 루빈은 강한 달러 정책의 신봉자였다. 『강한 달러가 미국의 이익』이라는 그의 말대로 달러화의 가치 상승은 국제유동 자금을 미국으로 불러들였다. 1997년이후 미국의 재무부 채권과 회사채, 주식 매입자금으로 유입된 금액은 매년 6조달러를 넘어섰다.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은 1998년 사상 최저치인 5% 수준까지 떨어졌다.
채권수익률의 하락과 해외자금의 유입으로 월가는 초강세장을 이어갔다. 월가를 대표하는 다우존스 지수와 나스닥 지수, S&P 500 지수 등 3대 지수는 1995년 이후 5년 연속 두 자리수씩 상승했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무려 85.6%나 올라 사상 초유의 상승기록을 세웠다.
나스닥 시장의 급등세는 인터넷 등 첨단기업들의 눈부신 성공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월가의 자본이 없었다면 이들 기업도 존재할 수 없었다. 특히 모험자본으로 불리는 벤처 캐피털은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은 인터넷 관련기업들에게 고속성장의 추진력을 제공했다.
지난해말 현재 8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의 벤처 캐피털 펀드는 첨단기술을 시장과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해냈다.
벤처 캐피털 펀드는 1998년 한 해에만 3,446개 기업에 191억 달러를 투자했다. 벤처 캐피털이 아니었다면 창업조차 어려웠을 기업들이 수백만달러의 벤처 자금으로 첨단기술을 상품화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번영을 가져다 주었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이제 벤처 캐피털에까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첨단기술과 시장과의 접목이 끝난 기업이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 시장에 신규기업공개(IPO)를 하면 수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 본격적인 성장가도로 들어선다. 지난 한 해에만 월가에서는 500여개의 기업이 IPO를 통해 1,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는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탠리 딘 위터와 같은 투자은행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첨단기술 기업들이 IPO 단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벤처 캐피털이 싹을 띄운 덕분이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산업의 급성장은 자동차, 항공, 소매업 등 전산업에 걸친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 월가 역시 온라인 증권거래의 확산으로 거래량은 급증한 반면 거래비용은 줄어들어 인터넷 보급확대에 따른 생산성 증대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자본이 기술의 발전을 부르고, 기술은 자본의 효율을 높이는 선순환 속에서 미국 경제는 최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 '빅 웬즈데이'에 떨고있는 월가
2일은 월가가 긴장하는 「빅 웬즈데이(Big Wednesday)」.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결정을 비롯해 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3대 발표가 이날 잇따라 나온다.
관심의 초점은 FOMC의 결정. FOMC는 오후 2시 15분(미동부시간, 한국시간 3일 새벽4시15분) 금리인상 여부와 인상폭을 발표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그러나 금리인상 우려가 상당부분 시장에 반영된 데다 「0.25% 포인트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커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히려 이날 오전과 오후에 각각 발표될 미 재무부의 국채 재매입 계획과 아마존(Amazon.com)의 99년 4·4분기 결산실적이 더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331억달러의 재정흑자를 기록한 미 재무부는 채권수익률의 기준이 되는 30년만기 재무부 채권을 비롯, 대규모의 정부발행 채권을 되사들일 것이라고 예고해 왔다. 이날 발표에서 채권 재매입 규모가 의외로 클 경우 유통채권의 물량 감소에 따른 수익률 하락이 예상돼 시중금리는 떨어지고,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창업후 처음으로 지난주 전체 직원의 2%인 150명을 감원했던 아마존의 결산 실적은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
예상자료에 따르면 아마존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액은 6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2억5,3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지만 적자는 최악에 가까운 주당 48센트로 전년 동기(주당 7센트)에 비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마존의 실적이 예상대로 최악으로 드러날 경우 인터넷 관련기업의 주가급락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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