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서도 방송사의 시청자 눈길잡기가 치열하다. 1월 한 달 동안 방송사의 프로그램의 판도 변화는 한 해의 시청자 채널선택 방향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 방송사들은 새로운 포맷 개발과 시트콤·드라마 신설 등에 열을 올렸다.시청자가 가장 관심이 많은 장르인 드라마의 경우, 지난해 가을부터 실지회복을 한 MBC가 드라마 왕국을 굳건히 수성하고, 오락 프로그램은 KBS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게 큰 특징이다. 지난해 상반기 「청춘의 덫」 「토마토」를 비롯한 드라마와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 등 오락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 SBS는 올들어 두 장르에서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와 MSK 발표에 따르면 MBC 월·화드라마 「허준」은 지난해 12월부터 4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는데 올들어서도 1월 내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수·목 미니시리즈 「진실」, 일일드라마 「날마다 행복해」, 주말연속극 「남의 속도 모르고」가 3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10위 안에 진입해 있다.
오락 프로그램은 KBS의 약진이 눈에 띈다. 「슈퍼 도미노」, 「휴먼체험 대장정」 등 다양한 코너를 신설해 관심을 끌기 시작한 KBS 2TV의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가 5~7위를 오르내리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부상했다. 잦은 저질발언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서세원 쇼」도 시청률은 20~30%대를 보이며 3~6위를 지키고 있다. 또한 토요일 오후 9시에서 토요일 오후 6시 50분로 방송 시간을 앞당긴 「개그 콘서트」는 22~25%의 시청률을 보이며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SBS는 월·화드라마 「맛을 보여드립니다」, 주말드라마 「왕룽의 대지」 등 드라마 7개와 「순풍 산부인과」를 비롯한 시트콤 3개 등 모두 10개 프로그램중 시청률 10위 안에 진입한 것은 「순풍 산부인과」가 유일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도 이같은 추세인데 지난해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던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 「좋은 친구들」 역시 1월 내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의미있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각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은 여전히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가운데 SBS가 1월 8일 「탄생의 혁명이 시작되다」를 시작으로 3주 동안 매주 한 편씩 방송한 3부작 다큐멘터리 「생명의 기적」이 평균 30%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러한 시청률 판도에 대한 비판 의견도 만만치 않다. 메시지도 없으며 경박함으로 치닫고 드라마 구성마저 상투적인 MBC 「진실」, 「남의 속도 모르고」와 연예인들의 공허한 말장난으로 일관하고 있는 KBS 「서세원쇼」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 제작진은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시청자들도 순간의 재미에만 맛을 들이는 시청 행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시청자 단체들의 지적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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