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발생한 한나라당 인터넷 홈페이지 해킹사건을 계기로 4·13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사이버 테러리즘 비상령」이 내려졌다.이용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인터넷과 PC통신 등 사이버 공간은 20-30대 「N세대」의 투표향배를 가름하는 변수. 이에 따라 각 정당은 물론, 개개 의원들까지 앞다퉈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거나 새롭게 단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0여개에 불과했던 의원 홈페이지가 최근 150여개로 급증했다.
그런 만큼 정치권은 이번 해킹사건을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구나 최근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만표출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모방범죄」가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권 홈페이지는 보안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 초보적인 수준의 해커에게도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내부자료가 모두 삭제돼 홈페이지 운영이 전면중단된 한나라당 사이트의 경우 「파이워 월(FIRE_WALL)」이라는 보안장치를 설치했지만, 전혀 효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사이버기획팀 김수철(金秀哲)간사는 『전문적인 수준의 해킹기술은 아닌 것 같다』며 『한마디로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당초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신년 기자회견을 정당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하려던 한나라당은 전문가를 투입, 해킹의 접속경로 등을 추적하는 한편 보안장치 전면 재점검에 나섰다. 인터넷 방송국을 개설, 총선상황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사이버세대 공략에 나서던 민주당도 보안장치 재점검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불안하기는 의원 개인들도 마찬가지. 지난해 4월25일 홈페이지를 개설, 「사이버 정치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인터넷을 활발하게 이용해온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의원측은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비상점검에 들어갔다. 한 초선의원 보좌관은 『홈페이지 내용이 홍보자료가 대부분이라 특별히 보안에 신경쓰지 않았다』며 『서둘러 보안장치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최신 보안장치를 설치해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해킹기술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점이 이들의 고민. 한나라당 사이버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정치불신 자체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해킹의 원천적인 봉쇄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