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금리인상 물결은 한국에 어떤 모습으로 상륙할까.세계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엔·유로화가 약세의 늪으로 급속히 빠져들어가는등 세계 금융시장은 일대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외부충격에 대해 「신경쇠약」에 가까울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도 바람을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워낙 변수가 많아 방향을 예단키 어려운 상황이다.
▦1차 방정식
가장 도식적 시나리오는 미국 금리인상후 수익률이 높아진 미국 국채에 국제자본이 몰려 달러가 초강세를 빚는다는 것. 이 경우 국내증시에 유입됐던 돈은 달러로 집중(자본이탈)돼 원화환율이 상승(약세)할 것이며, 자본이탈을 막기 위해 국내금리는 강한 상승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 환율상승은 국내경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인플레억제를 위해서도 금리인상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주식시장이 변수
문제는 시장이 이런 「전통적 모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재경부 윤용로(尹庸老)외화자금과장은 『돈의 움직임이 이젠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인상 결과가 통상적 방향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선 외국자금이 채권이 몰려있다면 모를까, 대부분 주식에 투자되는 상황에서 국내금리 인상시 주식시장 냉각으로 외국자본 이탈을 더 부추길 수 있어 자본이탈방지를 위한 처방으로 국내 금리인상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반대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증시과열차단을 위해 큰 폭의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이들 주식시장은 큰 타격을 입고, 국제자본이 신흥시장으로 몰리면서 원화가치절상(환율하락) 및 국내주가상승의 물결을 탈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물론 국내 증시의 「대미(對美)예속화」가 극에 달한 요즘같아선 미국 금리인상→미국 증시위축→국내 증시침체→원화절하의 수순전개도 예상할 수 있다.
▦달러강세에 주목
현재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107엔대, 유로화에 대해선 1유로당 0.98달러의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금리인상후 국제자본 이동방향이 달러쪽으로 잡히고 있으며, 적어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으로의 대거유입같은 현상은 없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원화환율은 달러강세속에 약세(상승)로 가닥을 잡고, 증시는 당분간 미국증시에 대한 동조화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고, 자본이탈 가능성도 없는 만큼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금리를 따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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