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장기호황 엔진은 인터넷미국 경제가 사상 최장기 호황으로 접어들었다. 1991년 3월부터 시작된 미국 경제의 성장기조는 올 1월로 107개월째를 기록했다. 1961-1969년 세웠던 106개월간의 기록을 돌파한 것이다.
그러나 최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는 여전히 「저실업-저인플레이션-고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 호황을 이어가며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한 미국 경제를 집중 점검해본다.
뉴밀레니엄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장기 호황국면은 「신경제」(New Economy)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기존의 경제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저인플레이션과 저실업률이 장기간 병행하면서 고성장도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에서는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4%대로 떨어지면 물가상승 압력이 커져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미국 경제는 4%대의 실업률과 2%대의 물가상승률를 실현했다. 경제성장률은 4%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지표는 신경제론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1980년대 내내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며 세계 최대의 채무국으로 전락했던 미국이 기존의 경제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장기호황을 구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의 확산과 이에 따른 생산성 향상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1995년 이후 불붙은 정보통신 산업의 성장과정은 종전의 자동차나 철강 산업과 같은 「굴뚝산업」과는 다른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소규모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정보통신 산업의 성장은 인력수요가 적어 임금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흡수했다. 또 정보통신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을 가속화시켰다. 실제로 미국 근로자의 시간당 생산성은 1990년대 들어 매년 3.5%씩 성장해 과거 호황기였던 1950년대의 3.4%보다도 높았다.
더구나 주식시장의 활황이 뒷받침되면서 1990년대초까지 한해 30억-50억 달러에 불과했던 벤처투자기업의 자본투자액이 1995년 58억 달러, 1996년 99억 달러, 1997년 140억 달러, 1998년 191억 달러, 1999년 286억 달러(9월말 현재)로 치솟았다.
인터넷 혁명의 진원지이자 세계 정보통신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의 첨단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더욱 빨리 성장했고 미국의 경제구조를 정보통신 주도로 바꿀 수 있었다. 1998년부터 불기 시작한 뉴욕 주식시장의 「닷컴」(.com) 열풍과 인터넷 관련기업의 주가급등은 미국 금융시장의 자원배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한 예다.
그러나 신경제론자의 득세에도 불구하고 거품론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의 활황은 주식시장의 이상과열에 의한 자산가치의 상승에 뒷받침돼 있고 거품은 결국 꺼지게 마련이라는게 이들의 주장.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산업의 발흥기에는 「수익성 예측의 편차」가 커져 주식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생겨날 수 있으며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가치의 상승은 소비를 자극해 경기확장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 후반 들어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거품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거품론자에 가깝다. 그린스펀은 「거품」 대신 「경기연착륙」이라는 말을 쓸 뿐이다.
지난주 말 최장기 호황기록을 확실히 해주는 경제지표가 발표됐지만 인터넷 관련주가가 폭락한 것은 2일 FRB가 금리인상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었다. 그만큼 첨단기업의 주가가 정점에 다가섰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 슈퍼볼서도 '.com' 열풍
「슈퍼 닷 콤(super.com)」 이른바 「닷 콤(.com) 선풍」으로 불리는 미 인터넷 등 첨단기술 관련 업체의 열기가 30일(현지시간) 진행된 슈퍼볼(프로미식축구 결승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34회 슈퍼볼을 관전한 미국인은 1억4,000여명. 두명당 한명이 넘는 꼴로 경기를 봤으니 광고업체에게는 말그대로 「꿈의 제전」이다. 흥미로운 점은 경기중 방영된 전체 광고 33개중 절반 가까운 16개가 「.com」광고였다는 것. 특히 하이라이트인 하프타임 축하공연은 온라인 전문증권회사인 「e_trade」가 스폰서였다. 지난해 슈퍼볼에서 「.com」업체 광고가 두번이었던데 비하면 비약적 발전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부터 이미 인터넷업체간 슈퍼볼 광고 선점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방송 주관사인 미 ABC TV는 이같은 「.com」 열풍에 힘입어 30초 광고료를 지난해보다 무려 40%나 올린 220만달러에 책정했다. 비싼 광고료앞에 「전통」대기업마저 고개를 흔드는 판에 신생 「.com」업체들이 무더기로 끼어들었다.
「.com」의 슈퍼볼 공습을 그러나 관련업계의 활황측면에서만 볼 수는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나스닥 지수의 거품론 등 인터넷 업체의 옥석(玉石)을 가리는 조정기가 시작되면서 『슈퍼볼 같은 초대형 광고를 선점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는 위기인식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ourbeginning.com」이라는 한 업체는 이 「30초」를 사기 위해 지난해 총매출액의 4배를 내놓기도 했다. 시장논리에서가 아닌 「눈도장 찍기」를 위한 인터넷 업체의 슈퍼볼 광고 열풍은 오늘 미국 첨단기술관련 시장의 명암을 알리는 한 단면이 될 수도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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