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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독서의 알파-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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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독서의 알파-오메가

입력
2000.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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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발을 까딱거리며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 있다. 여름 햇볕을 피한 서늘한 창가. 다리는 까불지만 상체는 고정. 마른 책장 넘기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린다. 김이 조용히 올라오는 찻잔을 앞에 두고 편안한 카디건 차림으로 한 장 두 장 책장 넘기는 모습도 좋다. 독서의 풍경에는 고즈넉함이 있다. 느림과 몰두.책 읽는 사람은 진지하다. 미국 시인 휘트먼이 간파한 것처럼 「우리의 임무는 이 세상을 읽는 것」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에겐 세상이라는 방대한 책이야말로 지식의 유일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동무여, 이건 책이 아닐세/ 이걸 건드리는 이는 사람을 건드리는 걸세/ (지금 밤인가? 우리 여기 홀로인가?)/ 그대가 잡은 것, 그리고 그대를 붙잡은 것은 나일세/ 나는 책장에서 그대 두 팔로 튀어 안기네」

죽기 전에 우리가 읽어나갈 방대한 세상의 모습이 책에 담겨 있다. 책을 읽는 것은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인생의 비밀을 풀어가는 것이고 때로 세상을 거역하는 것이다. 시력을 잃어가던 대문호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었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의 이 책은 독서의 갖은 모습과 상징, 독서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세심하게 풀어나간 교양서다.

그는 자신의 독서 편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책은 망구엘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십 세기 인류 역사를 거쳐오면서 책 읽기를 사랑했고 이를 삶의 도구로 활용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넓어져 간다. 인류 최초로 문자를 남겼던 수메르인 농부에서, CD와 키보드로 방대한 도서자료를 읽는 컴퓨터 앞의 현대인까지 독서가들이 어떤 유대의 끈으로 매어져 있는지를 해박한 인문학의 지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리내어 읽던 독서가 왜 눈으로 읽기로 바뀌었는지, 대신 책을 읽게 하는 일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서부터 책 훔치기의 역사, 책 분류의 역사, 금지된 책 읽기, 갇힌 공간에서의 책 읽기 등 독서의 역사가 22장의 글 속에 파노라마처럼 담겨있다.

독서의 역사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세종서적 발행, 1만 5,000원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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