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니가 인터넷 회사에…』 지난 2년간 다니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신생 인터넷쇼핑회사에 취직한다는 얘기를 들은 친구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그러했다.그도 그럴 만한 것이 기껏해야 컴퓨터라곤 한글97이나 워드, 통신을 빼놓고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컴퓨터 해체주의」를 외치던 컴맹이 인터넷 회사에 취직한다고 하니 어리둥절해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회사를 옮기기 전까지 인터넷 보기를 소 닭보듯이 했으니까 말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새로운 환경,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디디는 것은 일정 정도의 두려움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녘 집을 나서면서 웬지 날이 밝아올 것같지 않은 걱정이 드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막상 첫 출근한 회사는 정말이지 메가톤급 폭탄(?)이었다. 여느 인터넷 쇼핑이 그러하듯 대박터질 상품을 찾아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MD 상품운영부 팀원들은 제마다 한가닥 하던 기질을 십분 발휘했다.
「백조의 호수」를 연신 흥얼거리며 모형 티라노사우루스의 다리를 쫙쫙 벌리면서 발레를 하는 팀장이 있는가 하면 세상의 모든 DDR은 부셔버리겠다는 듯 밤새도록 DDR 사용실험을 하는 팀원이 있었다. 또 어떤 이는 열 받았다고 재떨이를 날리며 「넘버 3」를 연출하는 등 두려움을 훨씬 능가하는 공포로 다가왔다. 식은 땀 나고 살벌했다.
그러나 인터넷만큼, 정확히 인터넷 쇼핑만큼 다이나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는 것을, 난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직장인 사이에는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무의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신을 위한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나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선택하는 것이 오늘의 직장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틱한 인생은 모험과 용기 있는 자만이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인생의 주인공이자 엑스트라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쟁이 삶이란 상사에게 속으로 마냥 욕을 외쳐대는 모 스포츠지 연재물의 주인공의 일상과 다를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나는 존재한다.
/이정화·㈜무쇠다리 알짜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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