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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 품위있게 '전통' 편안하게

입력
2000.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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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엔 역시 한복이 제격이다. 설 음식 냄새가 풍기고 오랜만에 친척들이 북적이면 화사한 한복 차림이 가장 도드라져 보인다. 한동안 실용성의 대세에 눌려 전통한복이 외면당하기도 했다. 그 자리를 입기 편한 개량한복이 차지해 온 가족이 개량한복으로 멋을 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개량한복은 더욱 고급화하고 전통한복은 고름 대신 매듭단추를 활용하는 등 양쪽의 장점이 서로 흡수되면서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추세다. 전통한복의 고아한 품격은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 또 개량한복은 어떠한 때에 더욱 편한지, 전통·생활한복 디자이너의 조언을 들어보자.■개량한복

개량한복은 특별한 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입기 편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그러나 최근엔 개량한복조차 일상복과 예복·정장으로 나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돌실나이 디자이너 김지현씨는 말한다. 즉 면, 마등 천연섬유로 만들어져 물빨래가 가능한 실용적인 개량한복은 일상용으로 자리를 잡은 반면 폴리에스테르, 실크, 수직실크, 벨벳등 고급소재가 예식 때나 명절날 입을만한 개량한복으로 많이 개발되고 있는 것. 잔치 땐 역시 화려한 게 어울릴 뿐더러 개량한복의 소비자층이 두터워지면서 오히려 다양한 욕구와 취향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량한복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전통한복 못지 않게 고급스러워지고 자연히 가격도 비싸진다(30만원대). 물빨래가 아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용성은 조금 떨어진다.

한복이지만 양장식의 입체재단을 도입하는 것도 개량한복 세분화의 영향이다. 한복 디자인은 전체적인 실루엣은 크게 변형할 만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고리의 허리선이 들어가도록 하거나(돌실나이), 통치마 일색인 치마에 주름을 잡은 주름치마(달맞이)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또 자수로 전통적인 분위기를 내는 등 부분장식을 강조하는 경향이 크다.

김지현씨는 『나이가 많은 층일수록 화려한 것, 즉 실크나 폴리에스테르 소재에 원색 계통으로 수가 많이 들어간 것을 입는 게 좋고 젊은 사람들은 차분한 색깔을 고르는 게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한복과 마찬가지로 장신구는 절제하고 긴머리는 뒤에서 묶거나 틀어올려서 어깨에 닿지 않도록 한다.

대신 아이들에게 입힐 때는 면으로 된 개량한복이 적당하다. 쑥쑥 크는 아이들에겐 전통한복은 1,2년밖에 입힐 수 없어 아깝고, 활동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동용 개량한복은 평상시에도 원피스로 활용할 수 있고 화장실에서도 간편하게 입고 벗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구두는 앞끝이 둥글고 굽이 낮은 것이 어울린다. 가방 역시 주머니 스타일이거나 손에 드는 토트백 정도가 적당하다.

■전통한복

30대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는 『전통 한복은 제대로 갖춰입어야 격식과 은은한 멋이 풍겨 나온다』고 강조한다. 남색을 가미해 현대적 색감을 표현한 자주빛 치마 저고리에 결혼했다는 의미의 남끝동, 자식이 있다는 뜻의 자주고름을 달고 옥색 안감을 댄 흰 두루마기 차림을 제안했다. 흰 두루마기는 전통적으로 즐겨 입던 색. 머리를 올려 뒤꽂이를 하고 검정색으로 맞춘 고무신과 작은 핸드백, 짙은 연두색 토씨까지 신경을 썼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전통한복도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맞춰 입는 「토털 패션」이어야 한다는 점.

예컨대 김씨는 남성들도 구두가 아닌 전통 가죽신을 신고 여성들도 머리에 아얌을 쓰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김씨는 『예전엔 한여름에도 남자들이 말총 갓을 쓰는 것처럼 여자들도 말총으로 만든 아얌을 쓰고 다녔다. 의관(衣冠)을 정제한다는 말이 있듯 한복에 머리를 비워두면 갖춘 맛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로 두루마기를 걸치지 않고 멋으로 아얌만 쓰는 것은 도리어 불균형적으로 보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여성의 경우 속바지, 속치마를 갖춰입고 치마는 겉자락이 왼쪽으로 오도록 입는다. 치마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앞을 당겨 입는다. 버선은 수죽이 안쪽으로 향하도록 신는다. 저고리는 동정니와 깃을 잘 맞춰 입는 게 포인트. 고름을 맬 때는 긴 고름이 아래쪽으로 가도록 겹쳐 묶은 후 짧은 고름으로 고를 만들어 긴 고름을 잡아빼 맨다.

액세서리는 가락지를 권한다. 겨울철 가락지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산호, 호박, 금. 반면 옥, 비취, 자수정 등은 시원하게 끼는 여름철 보석이다. 노리개는 주체(가운데 박힌 보석장식물)와 술이 옷과 조화돼야 한다. 한복 색과 노리개 술의 색깔을 맞추고 장식물만 다른 색으로 하는 정도면 좋다. 술을 옷과 다른 색으로 하면 보다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술이 여러가지 색깔이 섞인 노리개는 어린아이나 새색시에게나 어울린다.

남성들은 바지 저고리, 조끼, 마고자, 두루마기를 갖춰 입는다. 예전엔 대님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지만 요즘은 고리나 단추로 처리된 게 대부분이다. 대님을 맬 때에는 사폭선을 복사뼈 안쪽에 대고 바깥쪽으로 돌려 바깥쪽 복사뼈에 맞춘 뒤 대님을 돌려 안쪽으로 매듭을 맨다. 전통 신을 신지 않을 때에는 짙은 색깔의 양말과 검정 구두가 가장 무난하다. 남성들의 두루마기는 검정이나 감색을 가장 즐겨 입는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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