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디언이 보는 거꾸로 된 미국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디언이 보는 거꾸로 된 미국사

입력
2000.02.01 00:00
0 0

콜럼버스는 미국 땅을 「발견」했고, 서양인들이 아메리카에 몰려들면서 「개척」 시대가 열렸다. 그들은 주인 없는 땅인 「황야」에서 총질을 해가며 부를 늘려갔다. 「황야의 무법자」라는 표현은 미국 백인들에게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틀림이 없다. 거친 땅을 개척하는 백인들의 남성다움은 극으로 꾸며지면서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우리 부족 정부는 이 땅과 사람들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부터, 살아있는 모든 기억이 전설이 될 만큼 저 먼 옛날부터 이 땅에서 살아왔습니다. 우리 부족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 장소의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이 장소를 떠올리지 않고는 아무도 우리를 떠올릴 수 없습니다. 우리들은 늘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1968년 뉴멕시코주 타오 푸에블로족 인디언들이 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블루 레이크 지역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미국인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면서 낸 성명서 가운데)

유럽인들이 미국 땅에 정착한 역사, 그래서 미국이라는 국가를 건설하고 미국의 시민을 형성한 역사는 뒤집으면 그 땅에서 옛날부터 살던 인디언들을 침탈한 역사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관점이다. 제국주의 역사관이나 서구문명 우위의 이런 시각을 비판하는 책은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등 인디언 투쟁사를 중심으로 꽤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그런 시각을 미국 역사학자들과 교육운동가들의 글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꼼꼼하게 보여준다. 인디언 중심의 미국사라는 이유말고도 이 책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백인 중심의 미국 제도권 역사 서술을 바꾸기 위해 1972년 세워진 「아메리칸 인디언사를 위한 다르시 맥니컬 센터」의 지난한 교육운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뉴멕시코대 인류학과 교수를 지낸 인디언 알폰소 오르티조는 미국사를 이야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서구 문명」 「프런티어」 「황야」라는 개념의 잘못을 지적했다. 서구문명의 관점에서 미국 인디언과 백인의 관계사는 백인들이 인디언의 과거를 그들 자신의 역사, 그들 자신의 내부적 담론 안으로 동화시키려 한 역사에 다름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또 어떤 문화의 「프런티어」가 다른 문화에게는 「역류」 또는 「뒤뜰」이 될 수 있음을, 실제로 인디언들은 그 뒤뜰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웠음을 환기시킨다. 「황야」는 인디언들을 아메리카 황야의 일부로, 말살하고 몰아내야 할 어떤 것으로 간주하는 개념이다.

「오직 백인들에게만 자연은 황야였고, 오직 그들에게만 대지는 야생 동물과 야만인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곳이었다. 우리에게 자연은 길들여져 있는 온순한 것이었다. 대지는 기름졌고, 우리는 위대한 신비가 내려주는 가득한 축복 속에 있었다. 동쪽으로부터 털 많은 사람들이 와서 광기어린 잔혹함으로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수많은 불의를 자행했을 때, 우리들에겐 그것이야말로 야생적인 일이었다. 숲 속의 동물들이 다가오는 백인들을 피해 도망가기 시작했을 때 우리에겐 그것이 바로 무법천지 서부(Wild West)의 시작이었다」(인디어 부족장 루터 스탠딩 베어의 책 가운데)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의 모습에서부터 아메리카 원주민과 미국 혁명, 그리고 분쟁의 역사, 인디언 부족과 미국의 헌법, 남부사 속의 인디언, 백인 개혁가들과 인디언의 관계 등 책은 시대 별로 백인과 인디언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되돌아본다. 또 인디언의 시민권리를 위한 투쟁, 인디언 국가의 새로운 지도자들, 20세기 미국 인디언 여성 등 소수 민족의 하나로 살고 있는 인디언들의 현실도 살폈다.

미국사에 던지는 질문

프레더릭 혹시 등 엮음, 유시주 옮김

영림카디널 발행, 1만 2,0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