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역사에서라면 우리는 「정의」가 승리하고 「선」이 마침내 이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좌충우돌하는 짧은 역사에서는 그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정의란 가슴 벅찬 것이지만 그것이 물질적인 이해를 함께 가져다 주기란 어려울 때가 많다. 가장 명예롭고, 선의에 찬 행동으로 많은 사람이 이익을 누리는 장면을 본다는 것이 기약없는 소망이라면 너무 지나친 걸까?1991년 핀란드 헬싱키대 학생인 프로그래머 리누스 토발스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하나인 자유 유닉스형 운용체제를 이용하는 통일된 형식을 만들었다. 자유 유닉스란 이른바 「카피라이트(Copyright)」운동의 선구로 알려진 리처드 스톨만이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배포한 컴퓨터 운영방식. 21세의 이 젊은이는 스톨만의 의도대로 그가 만든 「리눅스」를 무료 공개했다. 사람들은 리눅스를 무료로 내려받기 해 사용할 뿐 아니라 자유롭게 그 프로그램을 수정·발전시키고 그것을 다시 배포할 권리를 가졌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혁명」이 일어났다. 세계 곳곳의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프로그래머들이 리눅스를 개선하고 인터넷을 통해 재배포했다. 프로그램의 질이 급가속으로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드웨어의 개발보다 소프웨어의 발전이 항상 늦을 수밖에 없다는 컴퓨터 업계의 법칙은 깨졌다. 리눅스는 달마다 또는 한 달에도 몇 번씩 수준을 높인 새 리눅스를 배포한다. 전세계 컴퓨터 운용체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가 보통 1년에 한 번, 또는 2, 3년만에 한 번, 프로그램 수준을 높이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리눅스가 본격으로 세계 시장에 퍼진 지는 1년이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초까지도 국내의 많은 사람들은 리눅스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소프트웨어 업계 나아가서 컴퓨터 업계를 바꿀 수 있을지 의심했다. 하지만 1년 뒤 국내 리눅스 이용자는 10만 명, 리눅스 사업체는 100여 개를 헤아린다.
이 책은 리눅스 탄생과 그 의의, 리눅스 공식버전을 상업용 소프트웨어로 내놓고 훈련, 교육, 고객 지원, 컨설팅 서비스를 「판매」하는 레드햇사의 사업방식을 함께 다루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중요 기술을 장악하고,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를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정보(소스 코드)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이용자들을 통제했던 컴퓨터 업계의 「봉건 제도」를 무너뜨려, 넷스케이프가 인터넷 브라우저 기술을 공개하게 만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레드햇이 「자유 소프트웨어」의 성공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책은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도 새로운 「비즈니스」라는 것을 입증한다. 먼 미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작권 공유 운동과 컴퓨터 산업의 행복한 만남을 이 한 권의 책에서 읽을 수 있다.
MS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저작권 공유운동의 성공담
리눅스 혁명과 레드햇
로버트 영·웬디 골드만 롬 지음, 최정욱 옮김
김영사 발행, 9,900원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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