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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고위급회담] 한반도 냉전해체 '페리구상'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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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고위급회담] 한반도 냉전해체 '페리구상' 탄력

입력
2000.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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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28일 베를린에서 워싱턴 고위급회담 개최에 합의함에 따라 양국간의 포괄적 관계개선 움직임이 보다 구체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9월 베를린 북·미회담 타결이후 북한 고위인사의 워싱턴 방문성사 여부가 양국 간 관계개선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북미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그동안 워싱턴 회담의 실리와 명분사이에서 고심하던 북한이 결국 미국의 요구를 수용, 워싱턴행을 결정 함으로써 한반도 냉전구조해체를 목표로 한 페리구상안이 보다 탄력을 받게 됐다.

양측은 이번 베를린회담에서 고위급 회담의 시기와 방문할 인사, 의제 등에 대해 완전 합의를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측이 회담의 성과에 대해 『일련의 진전』(한성렬 북한외무성 상급연구원), 『대단한 진전』(에반스 리비어 미국무부 한국과장)이라고 표현한데서 알 수 있듯 큰틀속의 원칙적 합의는 이뤄졌다고 봐야한다.

양측은 2월중 찰스 카트먼 미한반도 평화회담 담당특사와 김계관(金桂寬)북한 외무성부상간의 예비회담을 한차례 더 가진뒤 늦어도 3월말께는 고위급회담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을 방문할 북한인사로 강석주(姜錫柱)외무성 제1부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다른 인사가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방문자에 대해 북한측으로부터 아무 언급이 없었다』며 『북한 내부에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누구든지간에 북한 고위인사는 윌리엄 페리 미대북정책조정관 또는 웬디 셔먼미국무부자문관과 회담을 갖고 핵·미사일문제, 대북한 경제제재 해제조치, 연락사무소개설 등 북·미관계의 포괄적 현안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양측은 베를린 회담에서 워싱턴에서 주고 받을 보따리에 대해 깊숙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이 경제제재 추가해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식량지원 등을 워싱턴회담 성사의 전제조건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측에 워싱턴 회담에서 일정 수준의 성의를 보일 것을 요구해 긍정적 언질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속단할 수 없다. 북한이 미국의 차기정부하에서도 북·미간 합의가 지켜질 지에 의문을 표시하며 식량지원등 현단계에서의 구체적인 성의표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협상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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