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만큼 분명한 소설관을 가진 작가도 드물 것이다. 일본작가 아사다 지로(淺田次郞·49·사진)는 『세상의 독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지 못한다면 소설의 가치는 없다』고 말한다. 「철도원」으로 국내에 알려진 그의 작품이 잇달아 번역되고,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철도원」이 개봉되면서 아사다 지로 바람이 불고 있다. 「철도원」은 국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8쇄를 거듭하고 있다.그의 첫 소설집인 「철도원」에 이어 두번째 소설집 「은빛 비」(문학동네 발행)가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번역출간됐다. 장편소설 「천국까지 100마일」과 「프리즌 호텔」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번역돼 나왔다. 그의 또 다른 소설집 「낯선 아내에게」도 번역이 진행중이다.
「은빛 비」는 일본 평단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단편소설의 미학을 되살렸다는 평을 받은 아사다 지로의 명성을 확인시켜 주는 소설집. 아무 특별할 것 없는, 서툴고 볼품없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삶에서 보석 같은 눈물의 자리를 발견해내고 이를 독자의 가슴으로 옮겨주는 그의 솜씨가 드러난다. 표제작에서는 쫓기는 야쿠자 두목에서 헌신하는 여자, 20년 전 파리에서 헤어진 화가 지망생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아내를 향해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는 남편(「성야의 초상」), 30년간 짐꾼으로 살면서 결혼도 하지 못한 중년 남자(「달빛 방울」) 등이 주인공이다.
그는 이런 사람들의 눈물을 보여주고, 그들이 사랑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맑고 깨끗한 슬픔」의 기운을 독자에게 전한다. 삶에 지쳐 메마른 이들의 감성에, 분명한 스토리와 확실한 묘사의 문장으로 가하는 정화작용이야말로 그의 장기다.
아사다 지로는 당초 도쿄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가 집안의 몰락으로 뒷골목 소년이 돼 야쿠자 생활로 20대를 보내고 패션용품점 운영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서른여섯살 때 늦깎이로 대중잡지에 소설을 연재하면서 데뷔한 그는 『갖가지 특별한 계층의 삶을 살아본 나의 경험이야말로 어떤 문학수업에서도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체험』이라고 말한다.
장편 「지하철을 타고」(1995)로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문학상, 「철도원」(1997)으로 나오키상을 받았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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