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채택된 유전자변형물질(GMO) 교역규정에 관한 「생물안전의정서」는 지구적 과제인 환경과 보건의 문제에서 국제사회가 사전예방적 합의를 이끌어낸 새 세기의 첫 성과다.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와 동식물 멸종 등 환경파괴와 무차별적 기술개발 및 교역확대의 부조화에 대응 타이밍을 놓쳐왔던 것에 비하면 이 의정서는 유전자 변형이 가져올 각종 부작용에 대한 조기 대처의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린피스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유전자 조작으로부터 환경과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장치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GMO의 교역과 유통을 규제하는 생물안전의정서의 요지는 크게 두가지. 우선은 GMO 수출업자가 제품의 선적분에 유전자변형 작업을 거쳤는지를 표시, 수입국이 GMO인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는 점이다.
최대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과 캐나다는 그동안 유전자 변형 씨앗과 재래 씨앗을 동일하게 처리해 사실상 구별이 불가능했다. 의정서는 아울러 씨앗, 동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GMO를 다루는 수출입업자간에 명확한 사전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시판 두부 중 82%에 유전자 변형 콩이 들어있다는 한국 소비자보호원의 발표로 GMO의 안전 문제가 논란이 됐었다.
또하나는 식품 안전상의 이유가 있을때 수입국의 수입 제한 조치를 허용한 것이다. 수입국은 수입 GMO에 대해 자체 안전실험을 실시할 수 있으며 위험 우려가 있을 경우 상대방에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 여타 국제규범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아 법적 이행에 관한 구체성이 다소 결여되는 등 문제점도 남아 있다. 의정서와 WTO의 관계는 『교역과 환경적 요소는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고 애매하게 설정됐다. 생명공학 기술을 둘러싼 무역분쟁이 WTO 패널에 제소될 경우 사태가 어떻게 발전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두고 보자」는 식의 유보적 입장이다. GMO 수출 선적분에 대한 표시 관련 부분은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may contain)고 애매하게 처리됐고 구체적인 변형 성분은 명시되지 않는다. 의약품도 적용되지 않았다.
생명안전의정서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76개국이 가입한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른 것인데 그동안 이 의정서의 채택이 지연돼 온 것은 미국 캐나다 등 주요 곡물 생산 4개국의 모임인 이른바 「마이애미 그룹」의 반대때문이었다. 그래서 환경보호 단체들은 이번 회담에서도 이들 그룹의 반발로 구체적인 조치가 충분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 의정서 주요 내용
안전 = GM0 수입국이 자체 안전 테스트 규정을 시행하고 그 결과와 안전 규정을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각국은 GM0가 위해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히 있을 경우 수입을 거부할 수 있다. 단 일관된 규칙을 갖고 있어야 하며 국내산과 외국산을 차별대우해서는 안된다. 만약 어느 나라가 씨앗·동물·박테리아 등 환경과 직접 접촉할 생물을 수입할 경우 수출업자와 분명한 사전 협정을 해야한다.
GMO표시·분류 = 미국과 캐나다 등 수출국이 어느 선적분에 유전자 변형 부분을 「포함할 수 있는지」를 표시하도록 했다. 또 보다 상세한 문서화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향후 회담을 촉구하고 있다.
책임 소재 = 유전자 변형 생산품이 환경 피해를 유발할 경우 어느쪽에 책임이 있는지 결정하기 위한 국제 조직을 구성할 향후 회담을 제의하고 있다. 이 회담은 4년내 마무리돼야 한다.
실행 = 국제법상 세계무역기구(WTO)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양 규정이 상충할 경우의 해석은 유보됐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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