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올 들어 두 차례나 1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8일 유로는 런던시장에서 0.98달러, 뉴욕에서는 0.9735달러로 장을 마감하는 등 세계 주요 외환시장에서 일제히 유로당 1달러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4일 유로당 1.17달러로 출발한 것에 비해 17% 평가절하된 것이다. 유로는 달러뿐 아니라 일본의 엔화나 영국의 파운드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유럽의 경제학자와 외환 딜러들은 유로의 약세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견상으로 볼 때 유로가 달러에 대해 맥을 추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견인차 역할을 하는 프랑스의 실업률은 7년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성장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통화량도 늘어나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유럽 중앙은행(ECB)도 3월중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 등 유로가 강세를 보일 호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유로는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투자환경 미비와 투자자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약세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영국 보다폰 에어터치의 독일 만네스만 인수협상이 정치논리와 국민감정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는 등 투자자가 안심하고 유로를 매입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1~2년 후 유럽지역의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유로 매입을 꺼리는 것도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도 29일자 사설에서 장기적으로 유럽지역의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분위기 조성이 유로 상승의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로의 약세가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는 출범초의 가치를 회복할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크리스티앙 소테 프랑스재무장관은 28일 『유럽 11개 회원국은 유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유로는 곧 약세에서 돌아서 본래의 교환율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 경제연구소의 아돌프 로젠스톡 수석연구원도 『유로는 바닥세에서 반등할 충분한 여력이 있는 만큼 일시 약세는 수출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올해 말에는 유로당 1.10달러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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