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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모두가 영어전문가 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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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모두가 영어전문가 될 필요는 없다

입력
2000.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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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나에게 네 살때부터 당시(唐詩)를 외우게 하였다. 내 친구는 조그마할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영어를 배웠다. 친구는 영문과를 나오고 나는 역사를 전공하고 있다. 영어회화는 친구가 나보다 훨씬 잘하지만 나는 어머니를 원망한 적이 없다. 풍부한 고전교양을 쌓아준 데 고마울 뿐이다.인간은 환경과 여건과 취미와 능력에 따라 각자 적합한 길을 선택하게 된다. 언어, 수학, 물리, 화학, 역사, 지리, 예술 등 분야의 지식들은 인생을 넓혀주고 생활을 풍부하게 해준다. 우리는 각분야의 기본적인 수양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아니 될 필요도 없다. 과학발명가는 아니지만 누구나 전자제품을 사용하고 비행기를 탈 수 있고 외국어 능통자가 아니지만 누구나 세계명작을 읽고 외국영화를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몹시 중요한 분야도 나에게는 덜 중요할 수도 있다. 비록 각 분야가 수행하는 구체적인 기능은 같지 않더라도 사회에는 똑같이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신문방송매체들에서는 그 중 하나만을 유난히 강조하여 모든이들이 똑같은 선택을 하게끔 무의식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얼마 전에 일본의 총리 자문기구가 「영어공용화」추진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였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당사국인 일본보다 한국이 더 들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어를 잘하는 홍콩과 싱가폴을 예로 들면서 말이다. 영국령이었던 홍콩은 당연히 영어가 공식언어였으며 동남아계와 중국계가 공존한 싱가폴은 공평하게 영어를 제 1언어로 택했다. 그들에게는 영어가 법적 「국어」이니 잘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요즘에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를 광범위하게 가르치고 있다. 영어교육의 중요성과 의미는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기타과목들과 마찬가지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영어가 중요한만큼 다른 지식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와 매체가 오로지 영어만을 강조한다면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마치 똑똑한 사람이라면 모두 영어전문가나 컴퓨터전문가가 되어야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오래지 않아 영어만이 한국인의 우열(優劣)과 존비(尊卑)를 가리는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좀 다른 얘기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영어영문학이나 언어학 석사학위 이상인 사람만이 원어민강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외국인이라면, 명문대에서조차도 해당분야 전공자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엄연히 원어민강사로 존경받는다. 참 너그럽다. 좀 풍자적이다.

/추웨이쿠웨이후아(崔桂花) ·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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