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오면 어김없이 「부엌데기」로 전락하는 여성들. 장보기부터 음식 만들기, 제사 준비하기, 상차리기, 설거지하기…. 웬만한 노역은 으레 여성들의 몫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명절이 즐거운 날이 아니라 「우울한 날」이다.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이란 병명까지 생겨났을까.명절은 아내와 며느리, 딸들만 뼈빠지게 고생하는 날인가. 한국여성민우회는 설을 앞두고 남녀차별 없는 명절문화 조성을 위한 지침서 「웃어라 명절, 명절과의 평등한 만남 2000」을 제작, 배포했다. 명절증후군은 더이상 여성 개인의 고통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대표적 성차별 문제임을 강조하고 이의 해결책을 제시한 책자다.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지난 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남녀차별 사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명절이나 제사 때 느끼는 성차별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남녀차별 없애기는 각 가정의 평등한 명절문화 조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침서는 「웃는 명절」을 위한 다섯가지 실천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올 설에는 남녀가 함께 일하고 함께 쉰다. 상차림 준비도 조상 모시기의 하나. 설음식 준비를 위해 함께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 전부치기, 만두빚기, 설거지 등을 남편이나 아들이 함께 하도록 한다. 함께 일하면 빨리 끝낼 수 있고 가족끼리 의미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둘째, 명절은 장남만의 몫이 아니다. 집안 형편에 따라 모든 형제, 자매가 돌아가며 차례를 지내는 법도 생각해본다. 추석에 시댁가족들과 함께 모였다면 설에는 친정가족들과 함께 지내보자.
셋째 여자도 차례에 참여한다. 여성도 조상 모시기의 당당한 주역임을 잊지 말자. 제사 상차림은 물론 절을 하거나 향을 피울 때, 음복하는 일도 남녀 구분 없이 함께 한다.
넷째 여성에 대한 명절금기를 없앤다. 「설날 아침부터 여자가 재수없이 전화를…」「생리중인 여자는 부정타서 음식준비하면 안된다」등 여성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금기를 없애도록 노력한다.
다섯째 따뜻함이 필요한 이웃과 함께 웃는 명절을 만든다. 외로운 이웃사촌 한명씩만이라도 초대하거나 방문해 마음과 음식을 함께 나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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