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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5) 근로자 임금 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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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5) 근로자 임금 체불

입력
2000.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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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근로자 임금 체불『날씨는 추운데 어떻게 설을 쇠야할지 눈 앞이 캄캄합니다』 『은행·카드 빚을 못갚아 신용불량자로 분류돼 대출도 안됩니다. 형제, 친척들에게 손 벌리는 것도 이젠 지쳤습니다』

근로자들의 인권을 가장 무시하는 행위는 임금체불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최저생계비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도 불구, 우리 주위에는 임금을 제대로 안주면서 일만 부리는 악덕기업주들이 아직도 많다. 근로자들에 대한 인권보장은 무엇보다 먼저 적정 수준의 임금을 주는 것이다.

부도가 난 지 3년째인 필기구 제조업체 M사 직원들은 지금까지 평균 19개월치의 임금을 못받고 있다. IMF터널을 겪으면서 임금이 계속 체불되자 적금·보험 등을 해약하고, 카드 빚내고, 전세금을 줄여 간신히 생계를 꾸려왔으나 이젠 한계를 느끼고 있다. 박모(34)씨는 입원 중인 부인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도 돈이 없어 수술일자를 계속 미루고 있고, 김모씨는 부인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 전세를 절반으로 줄였다.

여성가장이 많은 이 회사 직원들의 임금은 일당 1만4,000원, 한달 일해야 40만∼50만원선. 부도후 한달 반, 두달, 석달만에 한번씩 나오던 임금마저 회사가 추진하던 해외매각에 차질이 생겨 지난해 6월부터는 한달에 10만원, 보름에 5만원하는 식으로 줄어들었다. 이 회사 노조 구모(33) 사무국장은 『직원들 대부분이 신용불량으로 생계비 대출조차 안 된다』면서 『600여명 대부분이 파산 상태』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D사 직원들은 IMF위기가 터진 98년 1월에 6개월치 상여금을 삭감당했다. 이어 7월에 1년반치 상여금이 추가로 삭감됐다. 2년치 상여금 1,600%를 삭감당하자 여직원들의 연봉은 1,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직원들은 그 해 노조를 결성해 상여금을 되찾으려 했으나 회사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지난해 여름 60일간 파업한 후 업무에 복귀하는 직원들의 책상은 치워져버렸고, 상사는 욕설을 퍼붓고, 회식자리에조차 끼워주지 않았다. 노조는 회사측이 상여금을 삭감하면서 행한 취업규칙 변경절차가 불법이라며 「상여금 반환」소송을 제기, 지난해말 1심에서 승소했으나 회사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조측 변론을 맡은 도모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회사 경영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체불만이 아니라 여직원 두 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인권이 무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체불임금이 2,000%에 육박, 가계가 파산상태에 이르고 자녀들의 학업까지 중단시켜야 했던 D기계 근로자들은 지난해 12월초 사장실을 점거, 지금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으나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지난 24일 현재 노동부가 집계한 미청산 체불임금은 총 903억원. IMF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8년 12월 5,137억원까지 누적됐던 체불임금이 종전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1,007개 업체, 3만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도 그 정당한 대가를 못받고 있다.

노동부 이완영(李完永)임금복지과장은 『근로자는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억울하다』면서 『사업주에게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상당수의 임금 체불은 사업주의 성의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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