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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쿠바소년과 美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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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쿠바소년과 美오만

입력
2000.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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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추수감사절날 플로리다 앞바다에 표류해 온 6세 쿠바소년 엘리안 곤잘레스군 문제로 2달여동안 미국 전역이 시끌벅적하다. 엘리안을 쿠바로 돌려보내느냐 마느냐를 놓고 미 법무부와 이민국(INS)이 본국송환을 천명한 데 반해 공화당을 주축으로 한 미의회와 쿠바출신 미국인들은 극력반대하고있다.처음 어머니등 일행대부분이 익사했다는 「필사의 엑서더스」가 알려졌을 때만해도 엘리안군은 「카스트로 폭압정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상징으로 각광을 받았다. 금세 여론은 자유로운 미국에서 살게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이민국의 송환방침이 굳어지자 미의회는 지난주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엘리안에게 시민권을 주도록 한 「특별법」발의를 강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가지 상식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해지고 있다. 유일한 법적 후견인인 쿠바의 아버지 견해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주자들은 「낙태반대」등을 부르짖으며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중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6번의 유산끝에 어렵사리 얻은 외아들을 생부로부터 격리하려 하고 있다. 학교에서 수업중 이혼한 전처에게 불려나간 후 실종됐다가 미국땅에서 발견된 아들을 돌려달라는 「친권(親權)」과 「부정(父情)」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아버지의 품보다 더 좋은 장난감이 많은 미국에 살게하는 것이 과연 인도주의적일까. 자식잃은 아픔과 한 가정의 파괴에 대해 무감하면서 가족의 가치를 애지중지하는 모습은 참으로 모순이다. 나아가 미국적 우월주의를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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