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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먼저

입력
2000.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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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앞서야 한다」남보다 한발 앞서기 위한 「기형적 교육열」이 서울 강남과, 고시촌의 대명사 관악구 신림동을 휩쓸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하루종일 학원 책상에 앉아 중학교 수준의 수학문제와 씨름하는가 하면 대입합격증을 받아든 지 얼마 안된 예비 대학생들은 두꺼운 법학 서적을 들고 고시학원으로 향한다.

「교실붕괴를 부추기는 과열된 교육열」「대들보도 세우지 않고 지붕부터 올리는 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너도 나도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선행학습(先行學習)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강남에서는…

『잠 좀 실컷 자고 게임이나 마음껏 했으면 좋겠어요』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둔 강남구 D초등학교 6학년생 K(12)군에게 겨울방학은 없다.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되는 학원 시간표는 보충수업을 포함해 오후 6시30분까지 이어진다. 강남의 다른 지역 초등학생들은 여름방학부터 시작해 벌써 중학교 1학년 국·영·수·과학 과정을 마스터했다는 입소문이 K군이 사는 아파트단지에 돌면서 결국 그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예비 중학생 학원을 찾았다.

『아무리 대입제도가 바뀌어도 결국엔 공부 잘하는 사람이 좋은 대학에 가게돼 있습니다. 중학교 입학후 첫 시험 성적이 대학입시까지 갑니다』 학원들이 내세우는 논리다. 한 학원 평균 30명의 초등학생들이 수강중인 예비중학생 학원은 한 아파트단지에만 10여개. 강남 전체로 따지면 엄청난 숫자의 예비중학생 학원들이 성업중이라는 얘기다.

■신림동에서는…『법대진학 예정자인데요…』

고시원이 밀집한 관악구 신림동에서 고시서적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양모(42)씨는 최근들어 특별한 손님을 자주 맞이한다. 「사법고시에 합격하려면 무슨 책을 사야하고 학원에서는 무슨 과목을 들어야 하는지」등 상담과정을 거친 이들은 헌법 민법 형법 등 기본 3법 관련서적을 한아름씩 산다.

고시학원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T고시원 노모(28)씨는 『하루 5-6명의 예비 대학생들이 학원을 직접 찾아오고, 전화문의도 5-6통에 이른다』고 말했다. 노씨는 상당수의 대입합격자들이 단과 강좌를 수강하면서 일찌감치 고시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법대 합격자들의 경우에도 열기는 마찬가지다. 『사법시험제도가 곧 바뀌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없는 현행 제도때 빨리 시험을 봐야한다』는 논리가 입학전부터 고시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행학습으로 사시 1차시험에는 쉽게 합격할지 몰라도 기본소양이 없이는 2차시험 합격은 힘들다』며 기본교육을 강조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황종덕기자

lastrad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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