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9시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미 하원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자신의 재임 7년에 대한 자화자찬과 대선전에 나선 앨 고어 부통령에 대한 「지원사격」으로 일관됐다.8번째이자 마지막인 시정연설에서 클린턴은 상·하 양원의원과 외교사절단의 기립박수가 끝나자마자 『미국이 현재처럼 번영을 구가하면서도 국내위기와 외부위협이 미미한 때는 없었으며 미국은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나라가 됐다』며 자신의 치적을 자랑했다.
클린턴이 범죄율 20% 감소를 비롯, 지난 30년에 비해 더 빠른 경제성장율 등 10분여에 걸쳐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동안 발코니에 앉아있던 부인 힐러리 여사와 배석하고 있던 고어 및 민주당원들을 수차례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클린턴은 이어 「21세기의 미국 혁명」을 부르짖으며 뉴밀레니엄에 추진해나가야할 청사진을 하나하나 열거해나갔다. 클린턴이 제시한 메뉴는 올 연말의 대선과 총선에서의 민주당 선거공약을 그대로 집약해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클린턴은 먼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3,500억달러 세금감면과 맞벌이부부에 대한 감세 등 당장 득표에 효력을 발휘할만한 공약을 내놓은데 이어 「전학생의 대학교육화」를 제창했다. 또한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는 총기규제강화책을 제의하면서 지난해 컬럼바인고교 총기난사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톰 마우저씨를 소개하는 극적인 장면도 연출했다.
또한 정보화사회가 보편화하면서 제기되고 있는 정보격차의 해소를 위해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민족의 표를 의식, 증오범죄 추방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턴은 이밖에 지난해 의회비준이 부결됐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을 재차 요청하고 북한과 이란 등 국제사회에 위기를 가하고 있는 국가들이 대량파괴무기를 갖지못하도록 억제해야 한다는 등 외교문제에도 언급했다.
선거유세를 방불케 하는 클린턴의 「장미빛 꿈」이 나열되는 동안 배석하고 있던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과 공화당 의원들은 몇차례 박수를 보내기도 했으나 거북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에 비해 고어는 열광적으로 박수를 보내며 느긋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연설회장에는 코소보 참전용사와 월드컵을 제패한 미 여자축구팀 선수 등도 초대돼 분위기를 돋궜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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