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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와히드체제 안정굳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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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와히드체제 안정굳혀

입력
2000.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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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는 없지만 심안은 밝다』27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압두라흐만 와히드(60)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인다. 지난해 10월20일 정파간의 합종연횡으로 정권을 잡은후 줄곧 쿠데타설에 시달렸던 그가 순조로운 군부개혁 등으로 완벽한 국정 장악력을 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취임초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시력, 불편한 거동을 꼬집으며 「핫바지 대통령」으로 폄하했던 서방 언론도 이제 「건재한 와히드」에 머리를 조아리는 분위기다.

28일부터 무려 15일 일정으로 펼쳐지는 유럽·아시아 12개국 순방외교도 인종유혈 사태 등 복잡한 국내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받아들여진다. 취임후 5번째인 이번 순방의 가장 큰 목적은 정국 불안정으로 유출된 800억달러 가량의 자본 회수와 추가적인 외국자본 유치. 와히드는 기업인 50명을 대동하고 다음달 10일부터 이틀간 한국에도 방문, 기아자동차의 인도네시아 국민차 생산재개 등을 논의한다.

와히드의 포용력은 역사와 종교를 아우른다. 그는 이번 유럽순방중 1965년 수카르노 정권시절 친공 쿠데타 실패로 30여년간 해외에서 떠돌고 있는 수천명의 반체제 인사를 만나 조국 복귀를 종용할 예정이다.

지난달 12월31일에는 수년동안 인도네시아군이 분리주의 세력에게 저지른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공식사과했다. 여기에다 이번 순방이 끝난후에는 곧바로 이집트 리비아 팔레스타인 등을 방문, 2억여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회교국의 수장으로서의 위용을 떨칠 예정이다.

과거청산과 지역 갈등 문제에서도 와히드는 팔을 걷어붙였다. 하비비 전대통령 시절 증거 불충분으로 중단됐던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부정축재와 발리은행 스캔들 수사가 박차를 가하면서 반부패 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난주에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을 유혈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말루쿠에 보내고 자신은 아체를 방문, 평화 협상을 벌였다.

와히드의 「넘치는 의욕」은 특히 정국안정의 핵심인 군부개혁에서 단연 돋보인다. 올해 들어 국내 소요사태의 강경진압을 주장한 군수뇌부를 교체한 그는 27일 군부의 실세인 위란토 안보장관 등 군출신 각료 4명을 전역시켰다. 처음엔 정권을 뒤집을 기세였던 군부도 꼬리를 내렸다.

물론 와히드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인도네시아를 완전히 평정시킨 것은 아니다. 7,000여개의 섬에 흩어져 사는 300여 종족과 철권을 노리는 군부의 복잡하게 얽힌 요구를 모두 수용하긴 벅차 보인다. 종교분쟁을 겪고 있는 말루쿠에는 26일 또다시 유혈충돌이 일어나 50명이 숨졌다. 하지만 「신중하면서도 탄력있는」 그의 행보는 점점 위력을 얻고 있다.

이동준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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