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백신 공급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安哲秀·38)소장 전공은 내과, 외과가 아닌 컴퓨터이다. 대학시절 컴퓨터바이러스에 걸려 고생한 경험이 그의 전공을 컴퓨터로 바꿔 놓았다.
안소장은 지난해 가장 바빴던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CIH바이러스를 시작으로 Y2K바이러스까지 일년내내 그를 분주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서도 안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로는 두번째로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아직도 불법복제가 판을 치고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사서 쓰려는 인식이 부족한 국내시장에서 100억원의 매출은 10배이상의 값진 성과이다.
이처럼 척박한 풍토에서도 안소장은 그가 개발한 컴퓨터바이러스 치료용 소프트웨어인 「V3」를 일반인들에게 12년째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그가 돈을 마다하고 무료로 배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백신소프트웨어는 공익을 지켜주는 공공재라는 생각때문이다.
『개인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백신소프트웨어는 사회 전반에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퍼지지 못하게 만드는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만약 개인에게 백신소프트웨어를 돈을 받고 팔아서 사용률이 떨어지면 숨죽이고 있던 바이러스 프로그램들이 기업과 관공서로 파고 들어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수조원이 넘을 겁니다』 그래서 안소장은 앞으로도 개인용 백신소프트웨어는 무료 배포한다는 원칙을 고수할 생각이다. 다만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기업과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기관, 단체에만 계속 돈을 받고 판매할 방침이다.
안소장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안전불감증이다. 지난해 CIH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쓸었을 때도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피해가 가장 컸다. 설마하는 안일한 생각이 부른 인재(人災)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4월26일에 CIH바이러스가 다가옵니다. 원체 널리 퍼져 있어 근절이 불가능하거든요.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인터넷(www.ahnlab.com)에서 1주일 단위로 갱신되는 백신소프트웨어를 전송받아 검사해야 합니다』
요즘 안소장은 코스닥 등록이나 투자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 그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얘기이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했는데도 주식과 외부투자로 돈을 모아야 한다면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투자를 받고 돈을 모으는 것은 욕심입니다. 벤처기업인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주식상장 계획이 없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기술로 승부를 거는 전문기업답게 제자리를 지키며 사업계획대로만 차근차근 움직일 생각이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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