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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학부제 전공배정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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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학부제 전공배정 갈등

입력
200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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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 입학생들의 전공학과 배정 문제로 대학가가 시끄럽다. 학생들은 『성적을 위주로 한 학과 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험과 수강신청을 거부하거나 점거농성까지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당국은 『미국 등 학부제를 실시하는 모든 나라가 2학년 이상에서 전공을 선택할 때 성적순으로 하는 것은 상식중의 상식』이라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방안이 있다면 좀 가르쳐달라』며 답답해하고 있다.고려대의 경우, 지난 20일 문과대학장과 문과대 내 한국·동양어문학부와 서양어문학부 1학년 학생대표들이 「올바른 학부제 정착을 위한 상설 논의기구」를 구성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학생도 참여한 상설기구에서 전공학과 배정기준을 다시 논의하고 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에게 재시험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1학년 성적 80%, 구술면접 20%인 배정기준에 항의하며 시작된 학생들의 시험거부와 점거농성에 문과대측이 손을 든 셈이다.

문과대학생회 김성은(23·여·국문과4) 학원자주화국장은 『구성원 모두의 의사를 고루 반영해 배정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성적 위주의 행정편의적 발상은 결국 대학내에 제2의 입시열풍을 불러올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대의 경우, 건축도시공학과군 학생 전원이 지난 20일 일방적인 성적순 전공학과 배정에 항의한다며 수강신청을 철회했다. 학생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제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 이에 대해 학교측은 『입학전에 이미 이같은 방침을 통보했는데 이제와서 반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대와 연세대 등 다른 대학에서도 대자보 등을 통해 학생들이 배정기준 등에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집단반발이 취업문제때문인 것으로 보고있다. 학문 적성에 관계없이 일단 취업이 잘 되는 학과에 가고 보자는 것이 학생들의 절박한 심정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고려대 여론조사에선 서양어문학부 학생의 80%가 영문학과 진학을 원했고, 40%는 원하는 학과를 가지 못하면 자퇴할 의사를 비출 정도였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원칙적으로 성적순으로 자른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다만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면접·구술고사, 전공 관련 학점 가중치 부여 등 다양한 평가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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