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31일 이건희 삼성회장에게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수환추기경이 지난해 10월29일 국내인사로는 35년만에 명예박사학위를 받은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데다, 「학술과 문화발전에 특수한 공헌」 「인류문화 향상에 지대한 공적」등 이 대학 명예박사학위 수여 규정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서울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국내인사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주는 것이 앞으로의 방침』이라면서 『이회장은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고, 기술경영과 R&D투자를 정착시켜 한국사회의 경영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고 학위수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가 현재 1,000억원 남짓한 가용 발전기금을 확충하려는 시점과 맞물려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실제 지난해부터 이회장이나 H그룹 명예회장 등에게 서울대가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는 소문이 교내에서 설득력있게 떠돌았다. 외부활동을 가급적 자제한다는 이회장이 지난해 10월6일 서울대 발전기금출연 현판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12월7일 이기준총장 초청으로 보직교수를 대상으로 반도체 성공신화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것도 이런 소문의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
이와 관련, 18일 명예박사추천위원회등에서도 『색안경을 쓰고 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개진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지금까지 삼성에서 지원한 건물과 기부금만 500여억원에 달한다』며 반대급부설을 일축했다.
반면 한 관계자는 서울대에 연간 340여억원이 지원되는 BK21사업 등을 거론하며 『국내 다른 대학과 외국대학이 기업인의 기부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상황에서 서울대만이 디그니티(dignity·존엄)를 계속 지킬 것이냐에 대해 어떤 시점에서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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