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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우리의 출산문화를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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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우리의 출산문화를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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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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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출산법이 있다. 반듯이 누워서 또는 엎드려서 분만하는 방법, 앉아서 하는 좌식(座式) 분만법이 있는가 하면 서서 출산하는 입식(立式)분만도 있다. 최근에 수중분만이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 이것은 좌식분만의 새로운 형태이다. 좌식분만은 분만용 의자에 앉아서 하는 방법과 산모가 편한 자세로 앉아서 하는 두 가지로 다시 나뉜다. 물속에서는 특히 임산부가 수시로 움직이면서 편안한 자세를 마음대로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예전에는 대부분 가정에서 분만을 했다. 이것은 외국도 마찬가지였는데 1900년대에 들어 근대적인 병원들이 생겨나면서 출산이 병원환경으로 옮겨왔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이후 병원분만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병원분만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특징으로는 우선 자유로웠던 분만체위가 병원침대에 반듯이 누워서 하는 환경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는 집에서 임산부와 가족이 함께 참여했던 환경이 임산부만의 외로운 분만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병원분만이 선호되면서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쉽게 이루어지고 임산부와 태아의 합병증이 괄목하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병원분만 이후 제왕절개술이 급증했다. 이것은 유럽과 다른 양상이다. 다른 원인들도 있으나 유럽에서는 같은 병원분만이더라도 임산부가 요구하는 다양한 분만환경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의 제왕절개술률은 10∼15%, 미국의 제왕절개술률은 20∼25%에 이른다. 미국의 분만방식에서 제왕절개술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누워서 분만을 하면 아기가 옆으로 밀려나오는데 비해 좌식분만등에서는 아기가 중력을 영향을 받아 아래 방향으로 나오게 돼 훨씬 쉽게 분만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제왕절개술률은 무려 30∼35%에 이르니 훨씬 많은 임산부들이 수술로 아기를 낳고 있다.

미국의 분만행태는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 왜냐하면 의료행위와 관련된 분쟁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나라이다 보니 의사들이 방어적일 수 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진통중인 임산부와 태아를 감시하기 위한 각종 기구들이 발달하였으며 이러한 기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임산부들을 침대에 반듯이 누워있게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유럽보다 제왕절개술이 훨씬 많아졌으며 이런 의료행태가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들어와 우리의 분만환경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의 분만환경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사실은 가족의 참관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새 생명이 태어나는 현장에 가족들이 있으면 임신부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가족적인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으며 또한 생명의 존귀함을 공유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여성사랑과 생명사랑으로 이어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분만환경을 개선하자는 움직임들이 시작되고 있다. 인간생명이 태어나는 분만실의 환경은 보다 인간적이며 품위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며 특히 가족들이 스스럼없이 참여하는 축제와 같은 환경이 되어야 한다. 또한 임산부들이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분만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것들을 개선하는 책임은 순전히 우리 사회의 몫이다. 영국에서는 이미 보건성에서 운영하는 27개 대형병원들이 수중분만시설등 다양한 분만시설을 갖추고 임산부들이 원하는 분만을 시행해 주고 있다.

동네 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도 우선 의료보험제도에서 다양한 분만법이 인정되어야 하며 적절한 수가가 마련되어야 한다. 의료인들은 이에 맞추어 임산부들이 다양한 분만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형병원들보다는 동네 산부인과병원들이 오히려 임산부들에게는 가정친화적인 환경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전문의가 되고서도 분만을 하지 않는 30∼40%에 이르는 산부인과 개원의들을 다시 분만현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방편이 되기도 할 것이다.

박문일 한양대의대 교수대한태교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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