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文龍鱗) 교육부장관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여입학제」 허용의사를 밝혔다가 약 15분만에 「절대 불가」로 말을 뒤집어 대혼란을 빚었다.문 장관은 이날 교육부 출입기자들에게 대학 자율화를 언급하면서 『대학이 돈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선정위원회를 구성,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과 단위에서 모집한다면 외국식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여입학제 도입의사를 밝혔다. 문장관은 이어 20여분간 기여입학제에 관한 소신을 하버드대 등 외국 대학의 예로 들며 열심히 설명했다. 물론 문 장관은 『지금 대학들이 요구하는 식으로 부모가 몇십억원만 내면 학생의 성적과 적성에 관계없이 무조건 붙여주는 제도는 국민정서상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식은 절대 불가』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문 장관은 기자들이 『기여입학제 도입 추진이 확실하냐』고 묻자 잠시후 기자실을 찾아와 30여분간 『평소 소신을 오해한 것』이라며 『돈이 매개되는 기여입학제는 재임중 절대 불가』로 말을 완전히 바꿨다. 『그렇다면 돈이 전제되지 않는 기여입학제는 어떤 것을 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없다』며 『학생의 성적과 자질 이외에 전형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
뒤이어 『왜 아까하고 말이 다르냐』는 등의 질문이 마구 쏟아지자 『지금 내 심정은 「아, 기자들과 얘기할 땐 조심해야겠구나,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허심탄회하게 평소 소신을 설명했는데 그걸 꼬투리 잡아 기여입학제 한다고 쓰시니…』라며 기자들이 오해 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해프닝은 결국 정치인과 관료들이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면 너나없이 『언론에서 와전시켰다』는 식으로 2시간여만에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20명에 가까운 기자가 장관이 큰 목소리로 논리정연하게 하는 발언을 예외없이 「오해」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문 장관은 자신의 발언 하나 하나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는 지를 고려하지 않고 기여입학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문제가 될 듯 하자 뒤집은 것이다. 일부에선 이날 해프닝을 평소 「소신」이라는 표현을 즐겨 써온 문장관이 아직도 자신을 교수나 학자로 여긴 탓으로 해석하고 있다. 소신 따로 정책 따로여서도 안되겠지만 설익은 소신을 말을 앞세워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주문이었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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