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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는 없고 비디오 백뮤직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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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는 없고 비디오 백뮤직만 있다

입력
200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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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립싱크도 귀찮다. 뮤직 비디오나 봐라?조성모의 「투 헤븐」으로 촉발된 뮤직비디오 열기가 가요계를 완전히 장악했다. 『사실 노래는 웬만하면 된다. 얼마나 화려한 스타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느냐가 음반 판매를 좌우한다』는 한 제작자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가요계는 이제 노래보다는 뮤직비디오의 완성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제작자들은 이제 작곡자나 작사가를 물색하는 것보다 스타급 배우들을 「저렴한」 비용에 캐스팅하는 데 더 치중한다. 노래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뮤직비디오가 목적으로 둔갑한 가치 전도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조성모의 2.5집에 수록된 「가시나무」는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리메이크 한 것으로 한 평론가는 『리메이크 음반의 핵심은 아티스트의 고유한 색을 얼마나 잘 반영했는가이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가시나무」는 특별히 두드러지는 점이 없다』고 평했다. 때문에 화제를 몰고 온 것은 이 곡이 아니라 홋카이도에서 촬영한 뮤직 비디오.

이영애, 김석훈, 황인영, 구본승, 손지창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우편배달원과 사랑에 빠진 술집 여급의 사랑 이야기다. 이영애는 새로운 사랑을 얻기 위해 야쿠자 애인이 보는 앞에서 기모노를 입고 손가락을 자른다. 왜색이 짙다. 앞서 「슬픈 영혼식」에서 홍콩 느와르를 흉내냈던 뮤직비디오는 이번에는 일본 멜로 영화의 풍경과 분위기를 그대로 차용했다. 물론 일본 영화마저 개방되는 마당에 「왜색」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이런 초대형 뮤직비디오가 몰고 올 부작용. 이미 가요계에서는 1,500만~2,000만원 수준이었던 뮤직비디오 제작비가 억대로 오르기 시작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조성모 뮤직비디오 제작비가 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최진영의 1인 밴드 「스카이」의 「영원」 역시 차인표 장동건 김규리 정준호 등이 출연, 캐나다 뱅쿠버에서 촬영해 3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인기 스타가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갖고 선정적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최진영이 「진짜 가수로 변신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뮤직비디오는 노래보다는 화제로 승부하려는 가수들의 선전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 300여편 제작된 뮤직비디오 중 김세훈, 홍종호, 정아미 등 일류 감독들의 「작품」은 우리나라 뮤직비디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뮤직비디오 감독들은 영화 감독으로 변신을 준비중이고, 이재용 민병천 감독 등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뮤직비디오 산업 자체는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음악적으로는 답보 내지 퇴행을 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단순계산으로 뮤직 비디오에 3억원이 들었다면 CD가 15만장 이상 팔려야 제작비를 건질 수 있다.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선 당연히 음악적 실험보다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음악만이 살아남게 된다.

신인가수나 인디(독립) 가수들은 「스타가 나오지 않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대중에게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당연히 음악적 퇴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음반수록곡 전부를 뮤직비디오로 만드는 김건모 같은 가수를 제외하고는 음반별로 1, 2곡만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하기 때문에 대중은 언제나 뮤직비디오가 제작된 노래만을 지겹게 들어야 한다. 희생자는 결국 대중이다.

뮤직비디오가 비슷비슷한 댄스,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들의 「유일한 식별 수단」이 되면서 이제 노래는 뮤직비디오의 「배경 음악」으로 전락하고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뮤직비디오 방송 열풍

왜 방송사는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 방송에 열을 올리는가? 최근 방송사는 뮤직 비디오 전문 프로그램도 아닌 오락 및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경쟁적으로 뮤직 비디오를 방송해 특정업체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하고 있다.

MBC 「섹션TV 연예통신」 를 비롯한 각 방송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가시나무」가 제작될 때부터 관련 소식을 내보냈고, 비디오가 출시되자 역시 앞다투어 방송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일본색 짙은 조성모 「가시나무」의 문제점을 지적한 방송사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방송 관계자들은 방송사가 여러 프로그램에서 신인에서부터 인기 가수에 이르기까지 온갖 뮤직 비디오를 무분별하게 방송하는 것은 특정 가수를 자기 방송사에 지속적으로 출연시켜 시청률을 높이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안이한 방송제작 관행과 제작비를 줄이려는 의도가 맞물려 뮤직 비디오 방송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청자 단체에서는 뮤직 비디오를 방송하려면 인천방송이나 음악 케이블TV m.net처럼 전문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하며, 뮤직 비디오에 대한 심의를 강화, 문제점이 노출된 비디오는 방송을 금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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