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냐? 개그맨이냐? MBC와 KBS가 시트콤의 인기를 등에 업고 2월과 3월에 주간 시트콤을 각각 신설한다. MBC는 2월 14일부터 방영할 시트콤에 정웅인 윤다훈 박상면 등 주연 3명을 모두 탤런트로 배치했고, KBS는 3월에 시작하는 시트콤에 남희석 이휘재 유재석 등 개그맨 3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MBC 「세친구」
『웃기는 연기를 해봤기 때문에 시트콤이 낯설지 않다』 2월 14일 시작하는 MBC 「세친구」(이성은 극본, 송창의 연출)의 주연을 맡은 정웅인은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세친구」에 나오는 정웅인 윤다훈 박상면은 정통 드라마를 하면서도 코믹 연기로 이름 난 탤런트들. 「세친구」에서 정신과 의사로 분하는 정웅인은 SBS 「좋은 친구들」의 코너 「흑과 백」에서 개그맨 박수홍과 호흡을 맞춰 개그맨보다 더 배꼽을 잡게 했다. 「은실이」에서도 웃기는 극장 기도로 출연했다.
멜로물 뿐만 아니라 KBS 「금촌동네 사람들」 등 시트콤에 자주 출연하는 윤다훈은 영세한 여행사 대표로 등장한다. 그의 강점은 준수한 외모로 전혀 웃기지 않을 분위기지만 어눌한 대사와 표정연기로 시트콤에서 필요한 순발력을 발휘해 의외의 상황을 기막히게 표출하는 것이다. 또 한 사람의 주연 박상면은 이름만 있는 의상실 영업부장으로 출연한다. 박상면은 시트콤에 처음이지만 영화 「신장개업」에서 주방장으로, MBC드라마 「왕초」에서 거지로 나와 웃음보를 터뜨렸다.
일반적으로 시트콤에 등장하는 주연급 출연자 중 3-4명은 개그맨을 기용하는데 「세친구」는 단 한 명의 개그맨도 출연시키지 않았다. 정웅인 등 주연 3명을 뒷받침하는 조연들도 최종원, 이의정, 안연홍, 금보라 등 모두 탤런트들이다.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연출하고 「세친구」를 책임진 송창의 PD는 『시트콤도 드라마의 일종이다. 출연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탄탄한 연기력과 순발력이다. 물론 개그맨들의 개인기와 애드립(즉흥 대사)도 필요하지만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시트콤을 방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 KBS 새시트콤 『스탠딩 코미디에서 보여주는 개그맨들의 탁월한 순발력과 대본 소화력을 십분 활용해, 재기 발랄한 시트콤을 선사하겠다』 3월 방송을 목표로 한창 기초 얼개 작업이 진행 중인 KBS의 새 시트콤(미제) 연출을 맡은 김석윤PD의 각오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새 시트콤의 주연으로 캐스팅된 인물은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남희석, 이휘재, 유재석. 이들이 한 시트콤에서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화제이다. 이들이 공동출연하게 된 계기는 같은 기획사 소속이기 때문에 가능한 면도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이 순차적으로 KBS2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의 MC를 맡았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였던 김석윤PD가 새 시트콤의 연출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과 접촉, 공동출연이 성사됐다.
하지만 주인공을 개그맨만으로 구성한 시트콤은 일견 모험적인 시도다. 해외에서는 개그맨들이 주연이 된 시트콤이 성공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개그맨만으로 시도한 시트콤은 없었다. 거기다 시트콤에서 빛을 본 개그맨이 몇몇 있기도 하지만, 실패한 사례가 더욱 많아 우려의 소리도 있다. 김PD는 『시트콤이 국내에 도입될 무렵 당시 꽁트코미디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라 개그맨들이 굳이 시트콤에 출연할 필요성이 없었고, 또한 개그맨에 대한 시청자들의 웃음 기대치도 높아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시트콤에선 개그맨들의 재치있는 순발력이 더욱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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