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어느날. 뚜렷한 상승세로 오전장을 마친 증시는 오후장 시작하자마자 특별한 이유도 없이 꺾이기 시작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도대체 정체를 알 수없는 원인을 찾는 일로 분주해 졌다. 장 끝무렵에 세계로 경제뉴스를 타전하는 로이터통신이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가 미국 선물지수인 S&P500글로벡스와 나스닥100선물의 하락 여파로 동반추락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은 국내증시의 하락요인의 맥을 잡을 수 있었다. 미국 선물지수는 이렇게 국내증시에 알려지게 됐다.■ S&P500글로벡스와 나스닥100선물
연초들어 국내증시가 미국과 뚜렷한 동조화를 보이면서 출렁거림이 심해지자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나섰다. 얼마나 빨리 그 움직임을 포착하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하는 관건이 되다시피 하면서 뉴욕거래소나 나스닥개장에 앞서 거래되는 「S&P500글로벡스선물」과 「나스닥100선물」 은 새로운 투자지표로 까지 부각되고 있다.
S&P500글로벡스는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표인 S&P500지수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선물형태로 거래하는 파생상품. 전세계 전산망을 통해 24시간 거래되는 선물지수는 미국 현물시장과의 상관관계가 크다. S&P500글로벡스가 1포인트 오르면 다우지수는 8포인트 상승한다는 통계치도 나와있다. 나스닥 100개 종목으로 만든 지수를 선물로 거래하는 나스닥100선물은 나스닥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역할을 한다.
특히 S&P500글로벡스와 나스닥100선물은 국내 개장시간에도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확인가능하기 때문에 증권가에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대형 증권사가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매시간 지수를 시황과 함께 공개하고 있으며 증권정보 사이트에도 발빠른 투자자들이 선물 동향을 올리고 있다.
■ 실제 상관관계 있나
72.73포인트가 떨어지며 증시의 대폭락으로 기록되고 있는 5일. 이날 장중에 S&P500글로벡스가 10포인트 이상 떨어지자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미국 선물지수의 영향력이 현실화했다. 26일 코스닥시장이 장초반 7포인트까지 오르는 상승세를 타다 장후반 매물이 쏟아지면서 8포인트까지 하락한 것도 나스닥100선물이 하락세로 반전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됐다.
그러나 S&P500글로벡스와 나스닥100선물은 최근들어 미국내에서도 현물시장과의 연관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뉴욕거래소가 개장하기 전 S&P500글로벡스는 10포인트 이상 상승했지만 이날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16%, 3.29%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날 지수하락은 도리어 장중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들이 추가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데 영향을 받았다. 26일에도 S&P500글로벡스와 나스닥100선물은 개장전 각각 1.30, 11.55포인트씩 빠졌지만 다우는 상승하고 나스닥은 하락하는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나스닥의 하락은 퀄컴사의 실적이 저조하게 나온데 따른 결과였다.
이와관련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미국 지수선물의 거래량은 상품별로 몇만 계약으로 작기 때문에 현물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며 『증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나 실적발표는 개장시간대인 낮에 발표되기 때문에 현물시장에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선물은 오히려 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조언
대규모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선물지수를 투자지표로 참고는 할 수 있지만 과도한 맹신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대한투신 장만호 수석펀드매니저는 『선물지수는 수많은 투자가이드의 하나일 뿐 실제 글로벡스 지수의 변동에 따라 펀드를 운용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LG투신 박종규 부장은 『미국 금리인상 문제가 지나고 나면 국내증시의 미국 동조화 현상 자체가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도 미국선물 지수에 따라 투자방향을 결정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 외국계 증권사 이사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철저히 펀더멘털을 기준을 투자한다』며 『한국시장이 미국 선물지수에 영향을 받는 사실도 우리가 알려주기 전에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게 확실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수급악화 등으로 전형적인 약세장을 보이고 있어 외부요인에 휘둘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팀장은 『대우채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내적 상승요인이 생겨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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