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종업원의 퇴직금을 은행에 매달 적립해 펀드로 운용하는 퇴직일시금신탁(퇴직신탁)이 오는 3월부터 본격 시판될 예정이다. 퇴직신탁은 원금보장과 함께 은행의 자산운용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따라 은행은 기존 퇴직보험을 판매해온 보험사와 2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기업 퇴직금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신탁 상품안 확정
은행연합회는 27일 이달초부터 진행해온 퇴직신탁 공동상품 계획안을 끝내고 세부작업과 정부 승인과정을 거쳐 3월부터 퇴직신탁 공동상품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퇴직신탁은 기업별로 「단독펀드」와 「합동펀드」 중에서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또 자금운용 성격에 따라 채권에만 투자하는 「채권형」과 10% 이내에서 주식에 편입할 수 있는 「안정성장형」으로 나뉜다. 퇴직금 지급은 일시불로 이뤄지지만 개별 종업원이 노후생활연금신탁으로 전환하면 분할식으로 지급받을 수도 있다.
이에따라 신탁의 수익자(돈을 받을 사람)가 종업원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기업주가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퇴직금을 전용하는 폐단을 막을 수 있다. 또 직장을 통해 매년 운용내역과 현재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가 통보되기 때문에 투명성도 보장된다. 종업원은 신탁 수익률 만큼 퇴직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신탁보수의 일정비율을 특별유보금으로 쌓도록 했기 때문에 투자손실이 나더라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 퇴직금 시장 쟁탈전
그동안 기업 퇴직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보험사에 은행권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일대 격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보험사는 10월부터 신규판매가 금지되는 종업원퇴직적립보험(종퇴보험)을 판매해온데 이어 지난해 4월부터 퇴직보험을 판매하기 시작, 지금까지 총 16조여억원의 가입액을 유치했다. 퇴직금을 사내유보해 온 미가입업체까지 포함하면 퇴직금 시장은 20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퇴직보험은 금리가 연 6% 가량에 불과해 은행 퇴직신탁에 비해 수익률에서 크게 밀리는게 사실. 하지만 다양한 연금 형태로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재해사망 등 여러가지 특약을 부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보험사는 현재 계열 기업을 통해 고객층을 두텁게 형성하고 있지만 은행은 주거래은행 제도를 이용해 기업 유치에 나선다는 전략. 교보생명 기업연금팀 강철원(姜哲元)과장은 『은행이 퇴직금 시장에 진출하면 무시못할 경쟁세력이 될 것』이라며 『만기가 되는 종퇴보험 가입자들을 퇴직보험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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