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동두천시장실에서 분신자살한 사건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기에 그렇게 과격한 방법을 택한단 말인가. 목숨잃은 사람외에도 두사람이 큰 화상을 입었고 한사람은 형사처벌을 피하지 못하게 됐으니, 그들의 고통도 적지 않을 것이다.동두천시장은 그 오랜 민원을 해결하는데 왜 그렇게 소극적이었으며, 위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경찰은 왜 그렇게 진압을 서둘렀는지 이해가 안간다. 시장실 바닥과 몸에 기름을 뿌리고 농성하던 택시운전사들중 한 사람이 시장면담을 위해 시장실 옆 휴게실로 나오는 사이 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되자 남은 농성자들이 분신을 결행했다고 한다. 시장은 왜 떳떳하게 집무실에서 민원인들을 만나주지 않았는지도 해명해야 한다.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은 이른바 지입제라는 낡고 부패한 택시회사 경영체제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다. 농성자들은 1인당 2,500만원씩 택시회사에 넣고 하루 7만원씩 벌어 살아가던 지입택시 운전사들이었다. 회사가 부도나 다른 업주에게 넘어갈 때 채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두천시가 양도양수를 승인해준데 항의하며 지난해 7월부터 채권해결을 요구해왔다고 한다.
우리는 택시업계 지입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교통당국과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정부는 지입제와 사납금제를 운수업계 부조리의 원천으로 규정, 94년 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97년부터 택시회사 완전월급제를 시행키로 했으나 업계의 반발을 이유로 미지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국민주택시노련은 지난해 서울지역 택시의 40% 이상이 지입제 도급제 등 비합법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택시회사에 지입제 운전 희망자를 소개하는 브로커 집단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택시업계 뿐 아니라, 시내버스나 화물수송 업계에도 지입제 운영은 고질이 된 지 오래다. 면허조건이 까다로워 운수사업 신규진출이 어렵고, 자금난을 겪는 영세업체들이 많은 현실 때문에 지입제 운영의 탈피는 운수업계의 「해결불가능한 숙제」처럼 남아 있다. 이 전근대적인 제도는 회사운영 전반에 비능률과 비밀을 초래함으로써 오늘날 운수산업을 가장 낙후한 업종으로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교통당국과 지자체들은 이번 불행을 지입제 폐지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 형식상으로는 이 오래된 제도가 없어졌지만, 일선 업계에는 아무것도 변함이 없다. 지입제 폐지는 김대중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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