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표. 이번에는 김지미, 윤일봉 위원이다. 21일 문화관광부가 공석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7명(정원 10명)을 새로 위촉하자, 바로 다음날 두사람은 사표를 던졌다. 김지미씨는 영화인협회 이사장 자리도 내놓았다.사표를 낸 이유는 이렇다. 『정부가 위원을 선임하면서 젊은 영화인들의 모임인 「영화인회의」 의 일방적인 의견만을 받아들였다는 것. 호선으로 선출하는 위원장도 벌써 영화인회의에서 거명되고 있을 정도. 영화인협회에는 의견조차 물어보지 않았고, 그나마 자신들이 적임자라고 생각해 자발적으로 추천한 사람은 한명도 위촉하지 않았다는 것. 이는 영화인협회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 분명하다』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원 선임도 하기 전에 영화인회의 쪽에서는 구체적 이름이 나돌았고, 또 그대로 들어맞았다. 영화인회의 주도세력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곧바로 정부의 위원 위촉에 환영을 표시하는 성명서를 냈다. 『철저히 전문성과 참신성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문화관광부의 배경 설명 역시 너무나 비슷하다. 반면 영화인협회가 이사회결의로 추천한 세명의 인사(유동훈, 변장호, 정일성)는 한 명도 위원으로 위촉되지 않았다.
김지미 윤일봉씨의 반발은 두번째다. 지난해 5월 처음 발족 당시 두 사람은 위원 구성에 불만을 품고 참가를 거부했다. 그 바람에 출발부터 삐걱거린 영진위. 그사이 위원장이 두번이나 바꾸면서 겨우 모양을 갖추는 것 같더니 이번에는 소위 개혁세력이라는 위원들(정지영 문성근 안정숙)이 사표를 던졌다. 예상을 뒤엎고 조희문씨가 부위원장에 선출됐고, 그로 인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영화인회의는 조 부위원장을 맹비난했다. 이를 보다 못한 중립적 인물들까지 모두 손을 들고 나와 버렸다.
새로 구성된 영진위원들을 보면 외형상으로는 그럴 듯하다. 투자자, 제작자, 감독, 배우, 교수, 언론인, 방송인 출신 등 다양한 배치. 전문성과 능력도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얼굴만 바뀌었지 사퇴한 인물들의 대타들이나 다름없다. 실제 누구는 누구 대신으로 요구했다는 말이 영화인회의 쪽에서 나오고 있다. 거기에 이번에는 개혁세력에 비중을 두었다. 선임과정이 그러니 그들은 전문성과 능력에 상관없이 어느 한쪽만을 고수해야 하는 숙명적 한계를 가진다. 그래서 영진위는 숫자싸움, 밥그릇 싸움의 반복일 수 밖에 없다.
보·혁이니, 신·구 대립이라는 깊은 병에 빠진 영화인들과 그들 눈치를 보는 정부. 그래서 며느리 편을 드니 어머니가 울고, 어머니 편을 드니 며느리가 우는 현실. 차라리 위원을 없애든가, 아니면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사안에 따라 정말 소신있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