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영어실력이 아시아의 중위권이라고 한다. 1998년 7월부터 99년 6월까지의 토플(TOEFL) 시험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 21개국 및 지역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97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조기 영어교육을 실시하는 등 근래 우리가 영어에 쏟고 있는 열의에 비하면, 이는 결코 만족스런 결과가 아니다. 21세기를 맞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영어 제2 공용어안」을 제기한 일본은 19위에 머무르고 있으나 예전의 최하위를 벗어났다는 점만으로도 고무되고 있다. 상위권을 차지한 나라는 필리핀 인도 등인데, 이 국가들은 과거 미국과 영국의 지배를 받은 특수한 근대사가 고려될 수는 있을 것이다.토플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능력 시험인데, 우리가 그 결과를 주목하는 것은 영어구사능력이 새로운 세기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영어가 이미 국제공용어가 되었으므로 영어를 국민의 실용어로 해야 21세기 정보문화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대통령 연두회견에서도 언급됐듯이 국민의 정서와 실감은 공용어론에 까지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번 토플 결과에서 볼 때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고 있기는 하다. 한국(535점)과 일본(501점)의 평균점수는 34점 차이로 전년 동기 보다 10점 더 벌어졌고 수험률도 높다. 그러나 이런 점수 비교는 무의미하다. 한국의 평균점수자체가 새 세기의 경쟁력을 말하기에 너무 낮은 것이 문제이다.
영어 공용어론은 역사·문화·정치적으로 심사숙고해야 할 조건들이 많다. 영어의 세계적 위상이 다른 언어를 현저하게 압도하기 시작한 것도 반세기 정도이므로, 긴 안목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판단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국제·문화적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고 실용적인 영어교육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 인터넷과 멀티미디어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 전자 상거래의 96%와 홈페이지의 78%를 영어가 점령하고 있어 영어가 실질적인 세계 공용어 역할을 하고 있다. 새 세기에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외국인과의 의사소통 불편이 경영실패로 이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영어실력의 부족은 발언 기회마저 빼앗아 국제 여론형성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환경이 되었다.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 4년간 영어를 배우고도 영어로 간단한 인사마저 못하는 우리의 교육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도 쓰이는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교육 강화방안이 시급히 마련되고 시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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