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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TV "비판? 할테면 해봐!"

입력
2000.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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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겨 맞을수록 시청률이 올라간다? 시청자 단체들로부터 선정성과 부정적 측면 등을 비판받을수록 이를 극대화해 시청자의 관심을 높이려는 이른바 「네거티브(Negative)전략」을 구사하는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 시청자 단체와 언론 등의 비판을 프로그램 개선의 계기로 삼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관심을 돌리게 해 시청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다.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연예정보 프로그램들. MBC 「섹션TV 연예통신」, SBS 「한밤의 TV연예」 등에서는 요즘 건강한 연예정보 전달이라는 당초의 기획 의도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연예인들의 근거없는 풍문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인권침해 우려마저 낳고 있는 사생활 들추기에 갈수록 열심이다.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그 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두들겨 맞을수록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배짱이다.

방송사 출입기자들로부터 지난해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지적당한 MBC 「섹션TV 연예통신」의 최근 내용을 보자. 19일 방송분에서는 에로배우 류미오가 팬티만 걸치고 알몸으로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의 영화촬영 장면을 방영했다. 영화사측의 사전 연락을 받고 엄청난 볼거리(?)라고 생각해 현장에서 기다린 것이다. 결국 영화사와 방송사의 저질 합작품인 것이다. SBS 「한밤의 TV연예」를 비롯한 연예 정보프로그램들은 최근 탤런트 강남길의 부인 간통사건을 집중 보도하면서 문제의 모텔 모습과 간통에 연루된 남자의 어머니 인터뷰 등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강남길을 수소문해 억지로 인터뷰하기도 했다.

일부 오락 프로그램 역시 이에 못지 않다. 연예인 가학 프로그램 방송으로 지난해 방송 관련단체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제 연예인을 성희롱하는 인상마저 풍기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23일 방송분에서 탤런트 이영애에게 인터뷰라고 속이고 「터치 펀치」라는 게임을 진행했다. 가수 조성모와 구본승이 인터뷰 도중 이영애의 신체 부분을 만지면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이다. 두 사람은 깔깔대며 이영애의 손이나 어깨 등을 만지며 점수를 올렸다. 『저질스런 변태 방송』 이라는 시청자의 신랄한 비판이 PC통신에 올랐다. 방송 직후 이영애는 기자에게 『제작진이 인터뷰라고 해 응했다. 녹화가 끝난 후에도 프로그램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방송을 보고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억지웃음을 유발하고 공허한 말장난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KBS 「서세원쇼」의 한 코너인 「토크 박스」는 저질 발언 경연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이달초 탤런트 조은숙이 출연해 나이 어린 남자 친구와 두 시간 동안 키스를 해 피가 날 정도였다는 말을 장황히 늘어놓아 토크왕까지 차지했다. 방송이 나간 후 공영방송 KBS가, 그것도 청소년들이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선정적이고 저질스런 발언을 그대로 소개해도 되느냐는 시청자 비난이 빗발쳤다.

이밖에 계층 갈등을 조장하고 감각적이며 표피적인 영상으로 뭇매를 맡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진실」, 황당무계한 내용으로 시청자를 우롱하고 있는 SBS 월·화 드라마 「맛을 보여드립니다」와 KBS 월·화 미니시리즈 「나는 그녀가 좋다」 등 일부 드라마들도 비판할테면 해봐라 라는 태도다.

방송학자들은 방송사가 언론과 시청자 단체의 비난을 시청률을 높이는 수단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0%대를 맴돌던 MBC 「섹션TV 연예통신」은 파파라치 프로그램이라는 집중포화를 맞은 지난해 말부터 시청률이 올라가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시청자에게도 있는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임순혜 언론 모니터 팀장은 『방송위원회의 제재를 엄격히 적용하고 시청자도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프로그램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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