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당 구도와 1인 보스체제의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정당(무지개 연합)건설을 추진했던 홍사덕(洪思德)의원이 25일 돌연 창당포기를 선언했다. 18일 「당사 개방식」에서 새로운 정치를 역설한 지 꼭 일주일만의 일이다.불과 일주일 만에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을 거두어 들일만큼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것일까. 홍의원은 『지명도 있는 개혁 인사가 대거 합류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했다』며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창당포기 이유로 들었다. 또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볼 때 수도권에서 당선자를 내기 어려울 것 같았고 야권분열만 초래할 것이 명백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홍의원의 변명은 그가 내걸었던 휘황찬란한 정치개혁의 당위에 비추어 너무 초라하다. 우선 무지개 연합이 그나마 주목을 끌었던 것은 그가 내건 개혁 취지 때문이었지 결코 「세」가 강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결국 「정치는 세 싸움」이란 현실논리로 지고지순한 개혁이념을 부정한 셈이다.
군소정당의 부침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홍의원의 창당 포기는 『또 그저그런 당이 생기려다 말았나 보군』 하고 가볍게 넘길 일인지도 모른다. 또 개혁세력의 제도권 진입이 좌절된 데 대해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홍의원으로서는 다행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정치개혁 주장에 공감했던 국민들이 안게 될 실망감이다. 애당초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몰라도 며칠만에 이를 철회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다. 홍의원의 향후 거취는 스스로 판단할 몫이나 개혁 대상으로 지목했던 기성 정당으로의 편입은 몹시 부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노원명 정치부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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